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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만 살린 교육부…고교 무상교육에도 영향 받나?

입력 | 2019-07-26 17:37:00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전북 상산고, 군산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신청에 대한 검토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7.26/뉴스1 © News1


교육부가 26일 전북 상산고에 대해서만 자사고 지정취소에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전북 교육청이 재지정 평가(운영성과 평가)에서 상산고를 탈락시키자 정치권에서 여야가 따로 없이 ‘상산고 구하기’에 나선 탓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이명박정부 때 늘어난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문제라는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는 다양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위해 설립됐는데 서울의 경우 이명박정부 당시 너무 급속하게 지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가 서열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부총리는 “원래 설립 취지대로 운영된 자사고는 평가를 통과할 것이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입시 경쟁을 부추긴 자사고는 평가를 통과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튿날(6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는 여당 의원들조차 상산고 재지정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몰아붙였다.

당시는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6월20일) 기준점수(80점)에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은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계획을 밝힌 직후였다. 유 부총리 발언 이후 김대중정부 때 설립한 구(舊) 자립형 사립고인 상산고는 살리고 이명박정부 때 설립한 서울지역 자사고가 주요 타깃이라는 해석이 교육계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상산고 구하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특히 상산고가 있는 전북지역 정치인들이 힘을 합쳤다. 이 지역이 지역구인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전주을)은 물론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섰다. 지난 18일에는 국회의원 151명이 상산고 지정취소에 부동의할 것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여당 의원 6명도 여기에 서명했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는 상산고에 선발비율을 정량지표로 적용한 것이 위법했다고 부동의 사유를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을 고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전북지역 10개 지역구 가운데 여당 의석은 2곳에 불과하다. 상산고가 있는 전주시는 세 지역구 모두 야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가 민감한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정치적 영향을 고려한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추진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대표적이다.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교육분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다.

그러나 학부모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제동을 걸었다. 결정을 1년 유예한 끝에 지난해 8월 ‘정시 수능전형 비중을 30% 이상으로 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등으로 ‘하청’에 ‘재하청’을 하며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교육부는 사회통합전형 평가지표의 위법성과 적정성 문제를 들어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우선 ‘자사고 폐지’를 요구해온 진보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에서 “교육부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결정은 시효가 끝난 자사고 정책을 연장하고 고교서열화 체제를 공고화하겠다는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서울실천교사모임 등 32개 교육·교원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도 “교육부의 부동의는 교육자치에 대한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교육감들과의 관계도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육감은 “만약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 심판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진보교육감과 관계가 악화되면 사실상 내년부터 본격 시작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교육감 협조가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교육청이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14곳의 수장이 진보교육감이다. 야당 반대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이 묶인 상황에서 교육감들마저 반발하면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자칫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 지 한 학기만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올해 2학기 실시하는 무상교육 예산은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추경으로 자체 편성해 일단 시작은 할 수 있게 됐다. 내년 2~3학년, 내후년 1~3학년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교 무상교육의 법적 근거와 예산 확보 방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