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시행 앞둔 대학가 움직임… 대학들 재정부담에 겸임교수 선호 강의배정 조건으로 先취직 내걸자… 강사들 헬스장 잡무 등 위장취업 “등록금은 동결… 경쟁력만 축낼것”
A 씨는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최저임금만 줘도 좋으니 4대 보험만 해결하게 해달라”고 사정했고 결국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취업했다. A 씨 주변의 강사들도 태권도장 같은 체육시설에서 잡무를 보거나 지인의 회사를 찾아 부탁하기도 했다.
대학과 강사들 모두 강사의 처우 개선이라는 법 취지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11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2011년 강사법 개정 후 시행이 유예되면서 상당수 대학은 조금씩 강사 규모를 줄였다. 지방 사립대 강사였던 B 씨도 올 1학기에 강의를 맡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지인의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자 2학기를 앞두고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맡으라는 연락이 왔다. 그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두 과목을 강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사법에 따라 대학은 강사를 공개 임용해야 한다. 하지만 강사들은 형식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강사에 따르면 서울 한 주요 대학은 내부적으로 각 학과에 ‘강사를 채용하는 만큼 정교수 충원을 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자기 대학 출신 강사만 챙기는 관행도 여전하다.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돌아가며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지원했던 강사 D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면서 면접 도중 ‘우리 학교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강사는 “늦은 밤 ‘서류 합격’ 문자를 보내고 다음 날 바로 면접에 오라고 했다. 사전에 언질을 받은 후보자만 오게 하려는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려면 연간 2965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방학 중 2주일 치 임금에 해당하는 288억 원만 올해 지원금으로 마련했다. 그러면서 “퇴직금 등은 2020년 예산에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도 못 하게 하고 지원금도 부족한데 ‘평가에 반영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건 협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강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복지 혜택 확대나 정년 보장 같은 걸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일단 강사 수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학기당 12학점 미만으로 수업을 맡았는데 강사를 줄이다 보니 17학점까지 높아졌다”며 “교수가 학원 강사처럼 수업만 하면 연구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