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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스님 행세하며 암약…9년만에 ‘직파 간첩’ 잡았다

입력 | 2019-07-25 03:00:00

北정찰총국 소속 40대 남성, 제3국 신분 세탁해 작년 잠입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 국내에서 스님 행세를 하며 활동하다가 검거됐다. 고정 간첩이 아닌 북한에서 직접 남파한 이른바 ‘직파 간첩’의 활동이 공안당국의 수사로 드러난 것은 9년 만이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최근 북한이 직파한 간첩 용의자인 40대 남성 A 씨를 구속해 조사 중이다. A 씨는 북한에서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에서 지령을 받아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A 씨가 수년 전에도 한국에 들어왔다가 출국한 뒤 지난해 서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국적을 세탁하고 제주도를 통해 다시 입국한 것으로 파악했다. A 씨의 입국 경로를 수상하게 여긴 국정원은 감청 등을 통해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국내에서 스님으로 행세하며 불교계에 잠입해 활동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경찰은 A 씨를 합동 조사해 이런 활동 내용과 북측의 지령, 수집한 정보를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부여받은 암호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A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고정 간첩이나 국내 인사가 전향해 이적행위를 하는 포섭 간첩이 아닌 직파 간첩의 검거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10년 1월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탈북자 행세를 하려다가 적발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동명관 씨(45)와 김명호 씨(45)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같은 해 7월 법원에서 징역 10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06년엔 정찰총국 전신인 노동당 35호실 소속 정경학 씨(61)가 태국인으로 위장해 국내에서 공군 레이더기지 등의 사진을 찍어 북측에 전달하는 활동을 벌이다 기소돼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그동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A 씨처럼 해외에서 신분을 세탁한 뒤 잠입했다가 검거된 간첩은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신분을 위장한 뒤 국내에 정착해 첩보 활동을 하려던 직파 간첩이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