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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전날 경찰청 찾은 문무일 “검-경 자주 왕래를”

입력 | 2019-07-24 03:00:00

검찰총장 퇴임인사차 처음 방문… 24일 회의실서 비공개 행사
“검찰권능 돌아보자” 퇴임사 올려




퇴임 인사를 하기 위해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이 민갑룡 경찰청장과 손을 잡은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4일 퇴임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색적인 작별 행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창한 퇴임식도 생략하고 퇴임사도 검찰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역대 총장 중 처음으로 퇴임 인사차 경찰청을 찾기도 했다.

문 총장은 퇴임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25분가량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민 청장은 떠나는 문 총장에게 ‘국민의 경종(警鐘)이 되소서’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휘호가 새겨진 종(鐘)을 선물했다.

문 총장은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에게 “경찰이나 검찰이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임무”라며 “힘을 합쳐 완수하길 바라고 그런 차원에서 두 기관이 서로 왕래를 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수장들도 만나 퇴임 인사를 했다.

문 총장은 24일 오전 퇴임식을 대검찰청 대강당이 아닌 8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후임인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을 위해 전직 총장이 최대한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는 문 총장의 뜻이 반영됐다.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낭독하던 관행 대신 문 총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퇴임사를 미리 올렸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하는 데 너무 집중하느라 국민들께서 검찰에 기대하는 것만큼 검찰권능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문 총장은 2017년 7월 26일 첫 출근길에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바르게 잘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수차례 ‘바르게’라는 표현을 써 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국민의 바람이 여전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신이 쌓여 온 과정을 되살펴봐 우리 스스로 자신부터 그러한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hoho@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