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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비상 9곳중 7곳 모태펀드 힘입어… “성장 모멘텀 됐다”

입력 | 2019-07-24 03:00:00

[‘스케일 업’ 스타트업]<上> 유니콘 기업 마중물 ‘모태펀드’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도 9개로 늘었다. ‘넥스트 유니콘’을 바라보며 기업 가치를 키우는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2벤처 붐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모태펀드를 발판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벤처기업 ‘스케일 업’ 현황과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2016년 호텔예약 업체 ‘호텔나우’를, 지난해 레저활동 플랫폼 업체 ‘레저큐’, 숙박 비품 유통기업 ‘한국물자조달’을 각각 인수했다. 사업 초기 모델인 숙박 중개를 넘어 레저, 프랜차이즈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인력 채용도 늘렸다. 현재 야놀자의 R&D 인력은 300여 명으로 2016년 당시 회사 전체 직원 수(260여 명)보다 많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사업도 본격화했다. 글로벌 여행 상품을 넘어 추후에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2007년 설립된 야놀자가 최근 들어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나설 수 있었던 건 모태펀드가 씨앗이 됐다. 야놀자는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약 80억 원 규모의 모태자펀드(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은 벤처펀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자 등의 500억 원대 후속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달 야놀자는 국내 ‘유니콘 기업’ 대열에 여덟 번째로 합류했다.

○ 제2벤처 붐 이끄는 ‘모태펀드’


유니콘 기업 성장 배경에는 모태펀드가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시한 추가경정예산에서 모태펀드 재원 투입을 8000억 원으로 늘렸다. 벤처투자 환경이 개선된 배경이다. 또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설립자본금을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낮추고 지속적인 세제혜택(벤처펀드 출자 시 법인세 5% 감면, 개인 출자액 10% 소득공제 등)으로 민간의 펀드 참여도 늘었다. 투자 시장이 성숙하면서 2018년 6월 3개였던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1년 만에 3배인 9개로 늘었다. 9개 기업 중 모태자펀드 투자를 받은 곳이 7곳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위메프는 2015년 100억 원 규모의 모태자펀드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위메프는 투자 금액을 고용 창출과 가격 경쟁력 강화에 활용했다. 투자 유치 전인 2014년 대비 지난해 약 1000명을 추가로 신규 채용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투자금을 활용해)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최저가 정책으로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옛 블루홀) 역시 유니콘 기업에 합류하는 데 모태펀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크래프톤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수백억 원 규모의 모태자펀드 투자를 유치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개발기간이 긴 데 반해 게임이 출시되기까지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태자펀드의 투자가 다음 성장의 모멘텀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 스타트업의 ‘스케일 업’ 도전


올 상반기(1∼6월) 신규 벤처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제2벤처 붐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은 1조8996억 원으로 지난해(1조6327억 원)에 이어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세를 감안할 때 올 전체 투자액은 역대 최초로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초기 정착을 넘어 유니콘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기업들의 ‘스케일 업(scale-up·규모 확대)’ 노력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중기부가 발표한 업력별 투자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 중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대한 투자는 1조4098억 원으로 전체 74.2%를 차지한다. 초기 기업(창업 3년 이내)에 대한 투자가 33%(6272억 원), 중기 기업(3∼7년)이 41.2%(782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9%보다 8.3%포인트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후기 기업(7년 이상)의 투자는 지난해 34.1%에서 올해 25.8%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벤처시장에 모험 투자가 증가하는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등재 시점은 평균 7.6년으로 최근 기업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투자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명공학(바이오·의료) 분야에 가장 많은 5233억 원(27.5%)이 투자됐다. 정보통신이 4672억 원(24.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기부 측은 “혁신성장의 중요 지표인 벤처투자가 연속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제2벤처 붐을 가시화해 창업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스케일 업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 유니콘 기업 1년만에 3배로… 美 191개, 中 94개… 日은 2개 보유 ▼

23일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9개다. 쿠팡, 크래프톤(옛 블루홀), 옐로 모바일, 우아한형제들, L&P 코스메틱,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지피클럽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지피클럽이 아홉 번째로 합류하면서 지난해 6월 3개였던 국내 유니콘 기업은 1년여 만에 3배로 늘었다.

미국 시장 분석 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376개다. 이 중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데카콘’은 19개다.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은 없다. 유니콘 기업 자체도 급증하고 있다. 올 5월 같은 자료(346개)에 비해 2달 만에 30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등장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절반이 넘는 191개로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했다. 대표적인 업체가 액상전자담배 브랜드인 ‘쥴 랩스’(기업가치 500억 달러). 중국이 94개로 미국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AI) 기반 뉴스를 추천해주는 중국의 ‘진르터우탸오(바이트댄스)’는 세계 유니콘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 75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위 또한 중국의 최대 공유자동차 업체인 디디추싱(560억 달러)이다. 쥴 랩스가 3위다.

미중 두 나라의 뒤를 영국(19개), 인도(18개), 독일(10개) 등이 잇고 있다. 한국은 6위다. 이 밖에 프랑스가 5개, 일본이 2개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유니콘 기업 보유 국가는 26개국이다.

업종별로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체가 47개로 가장 많다. 국내 기업에서는 크래프톤이 이 분야에 속한다. 이어 핀테크(44개), 전자상거래(43개), 인공지능(32개), 건강(31개) 업체 순이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핀테크, 쿠팡과 위메프가 전자상거래 분야에 포함된다. 쿠팡은 국내 유니콘 기업 중 가장 높은 9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