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의원 선거]개헌 발의 164석 확보는 실패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개헌 찬성 세력이 개헌안 발의를 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164석)을 차지할 수 있는지였다. NHK방송의 22일 오전 0시 반 조사 결과 개헌 찬성 3당 등의 의석수는 156석에 그쳤다. 미개표는 9석에 불과한 데다 개헌 찬반파가 섞여 있어 164석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개헌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평화헌법의 핵심이자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9조를 수정해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나아갈 계획이다.
○ 아베, 최장수 총리 눈앞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린 21일 도쿄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온 한 유권자가 선거관리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고 있다. 지원 유세 기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도쿄=AP 뉴시스
아베 총리는 1기 집권 당시인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두 달 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그는 2013년, 2016년에 이어 이번에 3번째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변이 없는 한 그는 올해 11월 20일 가쓰라 다로(桂太郞) 전 총리의 기록을 깨고 전후를 통틀어 최장수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20세기 초 3차례 집권한 가쓰라 전 총리는 총 2886일을 재임했다.
○ 개헌 관건은 국민투표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연립여당의 단순 과반 확보가 아닌 개헌 찬성 세력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164석)을 얻을지 여부였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를 “개헌을 논의하는 후보자를 뽑을지, 그렇지 않은 후보자를 뽑을지 결정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2016년 때와 달리 이번 선거에선 공개적으로 개헌을 선거 유세 때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 9조 1항(전쟁 포기), 2항(군대 보유 금지 및 교전 불인정)은 그대로 두되 새로운 조항에 자위대 존재를 기술하는 일종의 ‘우회 상장’으로 사실상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개헌을 하려면 중의원(465석)과 참의원(245석)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발의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물론 중의원과 참의원의 다수가 개헌 찬성파라고 해도 헌법 개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3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현재 일본 7개 주요 정당 중 자민당과 극우 일본유신회를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헌법 9조 개정에 부정적이다. 심지어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도 9조 개정에는 신중하다.
○ ‘경제’가 국민투표 좌우
아베 총리는 개헌을 위한 최후 관문인 국민투표를 넘을까. 통과 여부는 증세, 연금 등 ‘민생 문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10월 소비세율 인상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10월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올린다. 소비세는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그래서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높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야당은 결사반대고 상당수 국민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금 문제도 비슷하다. 지난달 일본 금융청은 은퇴한 60대 노부부가 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며 약 2000만 엔(약 2억1800만 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정부가 겉으론 ‘평생 보장’을 강조하고 공적연금제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