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정말 작년같이 더우면 어떻게 살아요?” 지난해 여름은 강렬한 태양빛이 대한민국을 삼켰다. 114년 만에 더위에 관한 모든 기상관측 기록을 뛰어넘었다. 최고기온이 열대기후로 간다는 40도(℃)를 6곳이나 기록했다. 아침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가 발생했다. 폭염일수와 열대야 발생일수도 가장 길었다. 온열질환으로 4000여 명이 쓰러졌다. 극한의 폭염이었다. 올해도 만만치 않다. 세계기상기구는 6월이 지구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었다고 발표했다. 폭염이 휩쓴 유럽은 그야말로 핫 플레이스였다. 우리나라의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조선시대 사람들은 폭염을 ‘교양(驕陽)’이라 불렀다. 얼마나 뜨거웠으면 ‘교만한 태양’이라고 불렀을까. 조선전기의 학자 김종직(金宗直)은 “때는 7월인데도 뜨거운 태양이 계속돼 수많은 농작물에 흉황이 들어가는구나”라며 뜨거운 태양을 교양이라 기록했다. 시대가 흘러 조선후기 학자 장유(張維)의 글에서도 폭염을 교양이라 부른다. “올해의 이 가뭄은/ 그 누구의 책임인가/ 교만한 태양 치솟아서”라며 폭염을 가져온 태양을 원망했다.
멋진 국가 리더는 누구일까. 국민을 배려하는 겸손한 왕이 아닐까. 성군(聖君) 세종대왕이 그런 왕이다. 세종 시절 가뭄과 폭염이 유난히 심했다. 백성 걱정이 끔찍했던 세종은 감옥에 갇힌 죄수까지도 배려했다. 폭염이 닥치자 죄수가 더위에 목숨을 잃을까 염려한 세종은 “옥에 있으면 더위가 들기 쉬워서 혹은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더운 때를 당하거든 동이에 물을 담아 옥중에 놓고 자주 물을 갈아서 죄수로 하여금 혹 손을 씻게 하여 더위가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말한 기록이 세종실록 30년 7월 2일에 나온다. 여기에 더해 세종은 가벼운 죄를 범한 죄수는 여름철에 잠시 석방하기도 했다. 극한의 폭염으로 고통 받는 모든 백성을 평등하게 보살핀 것이다. 왜 세종이 성군이라고 불리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