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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아들 ‘코피노’라 속여 필리핀에 버린 한의사 아빠

입력 | 2019-07-16 15:53:00

필리핀 유기 전 국내 어린이집, 사찰 등에 맡기고 1년 넘게 방치



사진=동아일보DB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코피노’(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속여 필리핀에 버린 뒤 연락을 끊은 한의사 부부가 4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필리핀에 유기하기 전 아들을 국내 어린이집, 사찰 등에 맡기고 1년 넘게 내버려둔 혐의도 있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로 한의사 A 씨(47·남)를 구속기소 하고, A 씨의 부인 B 씨(48)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11월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 군(당시 10세)을 필리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 씨는 선교사에게 C 군을 자신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코피노’라고 속인 뒤 “먹고 살기 어려워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명목으로 3900만 원을 건넸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A 씨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끊었다. 앞서 A 씨는 출국 전 아이 이름을 바꾸는 등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버려진 C 군은 3년 6개월 동안 필리핀 선교사에게 있다가 지난해 5월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으로 옮겨졌다. 그동안 C 군의 상태는 더 악화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왼쪽 눈도 보이지 않게 됐다고 한다.

감당 못할 수준이 되자 보육원장은 한국인 지인에게 아이의 상태를 전하며 “아이가 코피노가 아닌 한국인 같다. 부모가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지인은 2018년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역시 같은해 11월 아동 유기 의심사건을 수사 의뢰했고, 수사기관은 A 씨 아들이 기억하고 있던 어린이집과 사찰을 찾아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5월 A 씨 부부를 아동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보강 수사를 한 부산지검은 “아이가 필리핀에 가기 전에는 경도의 자폐 수준에 불과했는데 필리핀 보육원에서 4년을 전전하면서 중증도의 정신분열로 악화했다. 아이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며 A 씨 부부에게 아동 유기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A 씨는 이에 앞서 2011년 경남 한 어린이집과 2012년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 원을 주고 C 군을 맡긴 뒤 각각 1년가량 방치하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C 군을 집으로 데려온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A 씨가 C 군을 두 차례 국내 유기했다가 실패하자 결국 외국에 버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 씨는 검찰에 “아들이 불교를 좋아해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고자 필리핀에 유학을 보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