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수사단, 조사 하루만에 검거
지난해 11월 강원 철원지역 감시초소(GP) 철거 장면. 군은 9·19 남북 군사합의 후속 조치에 따라 지난해 11월 남측 최전방 GP 10곳을 철거했다. 동아일보DB
14일 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2함대사 A 상병은 당시 경계초소 근무 중 음료수를 사려고 약 200m 떨어진 생활관 내 자판기에 다녀오다가 탄약고 경계병에게 발각되자 수하에 불응하고 달아났다. 소총을 초소에 두고 전투모와 전투조끼만 착용한 채로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후 사태가 커지자 A 상병과 동반 근무자는 두려운 마음에 자수하지 못하고 도주 사실을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내부 소행으로 보고 사건 당시 근무한 경계병 20여 명을 용의자로 압축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반 근무자의 관련 진술을 토대로 A 상병을 추궁해 자백을 받아 13일 새벽에 검거했다”고 말했다. 2함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와 오리발 등도 적 침투 상황과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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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지휘부도 안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대장)은 9일 2함대사령관으로부터 허위 자백 및 은폐 조작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군 수사단 측은 “해군은 이번 사건이 작전 상황이 아니고, 국방부 훈령의 지휘보고 및 참모보고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국방부 등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심 총장은 5일 서해 덕적도 기지를 방문해 만반의 경계태세를 강조하면서 “사소한 것도 반드시 확인하고 적시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예하 부대의 중대한 군기문란 사건을 파악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수사 결과 합참의 작전본부장과 작전부장 등은 9일 해군에서 허위 자백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작전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 안팎에선 말단 병사부터 지휘부까지 ‘면피’와 눈치 보기에 길들여진 게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의 한 사단장은 “언제부터인가 군 내에서 사건이 터지면 책임감을 갖고 소신껏 대처하기보다는 위아래 할 것 없이 ‘상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부터 걱정하는 기류가 뚜렷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도 무슨 수를 쓰든지 상부의 책임 추궁을 피해야 부대도 편하고, 나도 편하다는 군 내 분위기가 민낯을 드러낸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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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목선이 지난달 15일 삼척항에 정박한 모습. 당시 목선에 탑승했던 북한 어민과 이를 발견한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