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인권보호 강화 판결
이혼의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더 많다는 사실만 증명되면 결혼 이주여성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한국인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을 때만 연장이 가능하다고 봤던 하급심 판결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베트남 국적 여성 N 씨(23)가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1, 2심은 N 씨에게 이혼의 일부 책임이 있다며 체류 자격 불허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주여성이)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오로지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 탓인 경우에만 체류 자격을 연장해 준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혼인 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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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이혼하게 됐음에도 오히려 추방 위기에 놓였던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