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막고 신도시 짓겠다는 정부, 인구감소 닥치면 ‘유령 도시’ 우려 빈집 늘어가는 일본 선례 따라가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시각 바꿔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 같은 정책은 과거에도 흔히 추진하던 정책이었는데 현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 것인가. 우선 현재의 주택 문제는 전반적으로 주택이 부족해 발생한 것이 아니고 양질의 새 아파트 공급이 적어 국지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주거요건이 좋은 신축 아파트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다. 일산 등 서울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아파트나 낡은 아파트, 빌라 등은 여전히 가격이 침체된 상태다. 양질의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소득 증가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교통과 주거요건을 개선해 강남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고 신규 공급을 늘려야 한다. 예컨대 일산, 용인 등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해 서울 도심에 30분 이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여건을 개선하면 굳이 비싼 강남 아파트에만 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강남 등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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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대책으로 추진하는 신도시 건설도 미래에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과거 인구가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급증할 때는 단기간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여건이 그때와는 다르다. 분당 등 5대 신도시를 추진하던 1980년대 말 주택보급률이 70% 수준이었던 데 비해 2017년 주택보급률은 전국 103%, 수도권 98%다. 15∼64세 경제활동인구는 이미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총인구도 2029년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지적으로 양질의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것 외에 전체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본다.
향후 재건축 정책에 따라 시차는 있을 것이나 결과적으로 도심의 낡은 집들 대부분은 재건축되고, 그 결과 도심의 주택 공급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주택의 대부분은 외곽의 주민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이 경우 신도시는 공동화(空洞化)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의 경우 많은 신도시가 고령화 등으로 공동화되고 있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빈집이 전체 주택의 13% 정도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이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신도시 일부는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인프라가 잘되어 있고 수요가 많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은 억제하고 막대한 신규 투자가 소요되고 공동화할 가능성이 큰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도 신중해야 한다. 무리한 분양가 규제는 현재 수요가 큰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억제한다. 신규 분양가를 규제해도 전체 양질의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면 아파트 가격은 상승한다. 또한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는 엄청난 투기를 촉발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도 다른 상품과 같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분양가와 재개발, 재건축을 규제해 공급을 억제한다고 가격이 안정될 수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