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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료부터 퓨전국악까지… 사회적 가치 창출영역 넓어졌다

입력 | 2019-07-03 03:00:00


경기 안성에서 의원, 한의원, 치과 등 총 6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안성의료협동조합은 농촌 지역에선 드물게 5대 암을 검진하는 종합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안성의료협동조합 제공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안성의료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협동조합이다. 효시는 1987년 연세대 의대 기독학생회 소속 예비 의사들이 경기 안성시 고삼면에서 시작했던 주말 진료 봉사다. 이들은 1994년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201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만들었다. 당시 조합원 수는 250가구. 25년이 지난 지금은 6200여 가구로 25배 가까이 늘었다. 조합원 1가구를 4명으로 잡으면 안성시 전체 인구의 약 13%가 안성의료협동조합의 주인이자 고객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안성의료협동조합은 의료 사각지대인 농촌 지역에서 농민들 스스로 운영하는 병원을 설립해 지역 주민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의원, 한의원, 치과 등 총 3개 지점에서 6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의사 수만 15명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으로는 드물게 5대 암(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을 검진하는 종합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지역 주민의 보건 복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 협동조합 수 최근 5년간 4배 이상 늘어


양극화, 고령화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사회적경제가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성의료조합 같은 대표적인 사회적경제 조직인 협동조합 수는 2013년 3150개에서 2018년 1만4550개로 최근 5년간 4.6배로 증가했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기업 역시 최근 5년간 1012개에서 2122개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하면서 그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4대 사회적경제 기업(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수는 2017년 1만6824개에서 지난해 1만9397개로, 고용 인원은 9만8860명에서 11만2461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3%, 13.8% 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관련 성적을 따져보면 양적 측면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실질적 활성화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적인 예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대비 사회적 경제 관련 기업이 고용하는 근로자 비중을 따졌을 때 유럽연합(EU) 국가는 평균 6.3%에 달하지만 한국의 경우 1.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민간 주도의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설립하고 청년 사회적경제인 육성을 위한 인재 양성 정책 등 제도적 보완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정부 주도로 이뤄져 온 측면이 크다”며 “앞으로는 사회적경제 기업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사회적기업 활약 돋보여

퓨전 국악밴드 ‘비단’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 속에 깃든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품을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로 소개하면서 우리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케이앤아츠 제공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양적 성장과 함께 이들이 담아내는 사회적 가치 역시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주로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이뤄내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사회적기업 케이앤아츠가 대표적 예다.

이 회사는 여성 5인조 퓨전 국악밴드 ‘비단’을 주축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 퓨전 국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 국악예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조선 백자라는 전통 문화유산을 소재로 삼는다면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이자 과거 방영된 TV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모티브가 됐던 백파선을 주제로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실제로 백파선의 이야기는 비단의 2집 앨범 ‘만월의 기적’에 심청전, 한옥, 한식 등과 함께 수록돼 있다. 케이앤아츠는 이처럼 자칫 박물관에 박제돼 있기 쉬운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콘텐츠로 만들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총 9개 언어(한국어 포함)로 번역해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이 밖에 케이앤아츠는 장애인들을 공연에 출연시켜 함께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도 수행하고 있다. 문화 소외계층인 장애인들이 공연의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정부, 지자체, 민간이 함께하는 박람회 열려


이러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분위기 속에서 기획재정부, 대전시 등 총 17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를 개최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대전지역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일정으로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작년 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유공자들에 대한 정부 포상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우수 사례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 청년 소상공인, 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제품 전용 쇼핑 플랫폼 운영업체 오엠인터랙티브,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 및 기상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메이, 노년층에 치명적인 낙상 사고 예방 교육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해피에이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 중인 전국 200여 개 사회적 경제 기업 및 단체가 참여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할 계획이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