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브리핑선 “삼척항 인근” 발표… 北어선 경계실패 은폐시도 의혹
군 당국이 17일 북한 어선의 귀순 브리핑에 활용한 내부 보고 문건에는 북 어선의 발견 장소가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 적시됐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브리핑 발표문 등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수뇌부에 사전 보고된 내부 문건을 토대로 진행됐다. 이 문건은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합참 작전 담당 조직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북 어선이 15일 오전 6시 50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적시하면서 관련 요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도 기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은 브리핑 내내 이 문건과는 달리 ‘삼척항 인근’으로만 발표했다. 북 어선의 부두 정박과 경계 실패를 감추기 위해 최초 준비 문건에 있던 ‘삼척항 방파제 인근’을 언급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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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 어선은 남하 전 어선 25∼26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오징어를 잡았고, 이 오징어를 모선(母船)에 넘기면서 연료인 기름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선원들이 합동 조사에서 오징어를 큰 배에 곧바로 팔고 그 돈으로 기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어민 4명의 옷차림이 지나치게 깔끔했던 점을 근거로 “정말 오징어잡이를 했느냐”며 귀순 의도를 둘러싼 의혹은 지속되고 있다. 쌀 29kg 등 음식물이 49.3kg이나 발견되는 등 치밀히 계획된 귀순이 아니냐는 것. 이날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 선박 입항 당시 사진을 들어 보이며 “(정부 당국 설명과 달리) 오징어잡이 배로 안 보인다. 배 안에 먹물 하나 안 떨어져 있다고 한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이뤄진 이 사건은 국정조사로 대국민 사기극으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정보위 관계자는 “선원들이 소지한 옷가지와 양말 등이 20개가 되는 사람도 있었다”며 “웃옷만 4, 5벌을 가진 선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