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대신 美로 수입선… 텍사스산-브렌트유 가격차 좁혀져 트럼프 “각국 자신들의 배 보호해야”… 中-日 등에 운송로 역할분담 압박 에너지 분야서도 新고립주의 천명
페르시아만 유조선 피격과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항로인 미국 걸프만(멕시코만)으로 향하는 유조선이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국가는 자신들의 배를 보호해야 한다”며 중국 일본 등 중동산 원유 수입 국가들의 역할 분담을 압박하고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이달 미국 걸프만에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1척이 원유를 선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전했다. 이는 올해 한 달 평균 13척, 역대 최고였던 3월 17척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세계 원유의 21%가 운송되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으로 원유 수입선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의 91%를, 일본은 62%를 얻고 있다. 우리가 왜 아무 보상도 없이 다른 나라들을 위해 해상 운송로를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는 자신들의 배를 보호해야 한다”며 “미국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그곳에 있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독립을 이룬 미국이 중동 원유 수송로를 보호할 이유(이익)가 없다는 ‘신고립주의 노선’을 재확인하며 중국 일본 등 중동산 원유 수입국들이 해상 운송로 안전을 위한 역할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중동 정세의 변화 외에도 국제유가 움직임에 영향을 줄 국제회의도 이달 말부터 연달아 열린다.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을 보여줄 이달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지난해 말 감산 결정의 연장 여부가 논의될 다음 달 1,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플러스)’ 회의가 국제유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2차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낼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가 OPEC의 감산 결정 연장에 동의할지도 국제 유가의 변수로 꼽힌다. 러시아는 G20 회의 결과를 보며 감산 동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