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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외국인이 원더풀 연발하는 ‘한국 차 마시기’

입력 | 2019-06-25 03:00:00

한국차문화협회, 전국 순회하는 ‘찾아가는 차문화 교실’ 인기
“청소년 인성교육에 효과적이다”
차내기 예절 등 프로그램 다채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밀레니엄홀에서 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차를 마셔보고 있다. 한국차문화협회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중심부인 1층 밀레니엄홀은 이용객을 위한 문화예술 행사가 자주 열린다. 13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들이 밀레니엄홀 무대를 바쁘게 오가며 각종 다기(茶器)를 날랐다. 한국의 전통 차(茶) 예절을 알리려는 한국차문화협회 26개 지부 소속 다도(茶道) 사범들이다.

이들이 조선시대 사대부가 여인이 이웃과 친지를 초청해 차를 대접하는 예절인 규방다례(閨房茶禮·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1호)를 선보이자 국내외 여행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각종 찻잎을 넣어 맑게 우려 낸 전통차와 한과 무료 시식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여행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미국인 데이비슨 씨(65)는 “연꽃차와 녹차를 마셔봤는데 그윽한 향이 아주 좋았다”며 “한국을 자주 찾는 사람으로서 인천공항에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차문화협회가 전국에서 열고 있는 ‘찾아가는 차문화 교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찾아가는 차문화 교실은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나를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조상의 생활 예절을 알리기 위해 2000년 시작됐다.

협회에 차문화 교실 신청이 들어오면 차량에 다기들을 싣고 달려가 무료로 다도를 시연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가르치기도 하지만 주로 생활예절을 막 몸에 익히기 시작하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다. 임진강 북쪽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 있는 경기 파주시 대성동을 비롯해 남으로는 전남 신안군 압해도까지 찾아갔다. 지금까지 30만 명 넘는 청소년이 다도를 보고 배웠다.

주로 배우는 것은 공수법(拱手法·차와 사람을 대할 때의 손가짐)과 절하기, 차내기(차를 우려내 마시기까지의 과정) 예절과 한복 바로 입기 등이다. 교육을 받아본 청소년들은 차를 마시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며 만족해했다. 다도를 가다듬은 뒤에는 매년 4월 전국청소년차문화전과 10월 인설차문화전 같은 경연대회에 나가 실력을 겨룬다.

산업단지가 몰려 있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인천의 특성을 감안해 다문화가정에도 다도를 가르치고 있다. 연수구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열리는 강좌에는 주로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참가한다. 각종 예절은 물론이고 다식(茶食) 만들기와 전통놀이 프로그램도 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청소년들에게도 가르친다. 물을 끓여 상대방의 잔에 부어 덥히고, 이렇게 데운 물을 버린 뒤 다시 정성스럽게 우린 차를 대접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교육을 거듭 받으면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마음을 다스리면서 인내심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은 “입시 위주 교육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갈수록 필요해지고 있어 찾아가는 차문화 교실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