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유’를 가득 채운 유율금 작가의 작품은 문자추상으로도 읽힌다. 전시된 작품 ‘무제’(2017년·왼쪽 사진)와 ‘무제’(2018년). 갤러리밈 제공
40년 가까이 다른 일을 했던 유 작가는 둘째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함께 미술교습소를 찾으며 그림을 만났다. 이후 틈틈이 창고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다른 모습을 찾으려 했다. 화면을 채운 ‘유’는 자신의 이름이자 당신을 의미하는 ‘You’이기도 하다. 작가는 “나를 숨기면서도 드러내고 싶은 감정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캔버스를 긁고 파내는 작업 속에는 작가와 그를 둘러싼 경험이 녹아 있다. 스스로 엄마가 된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애처로움, ‘집단’ 속에 살아가며 잃어버린 나, 그리고 공장지대에서 약사로 일하며 본 수많은 아픈 사람들까지. 작가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손가락을 잃은 노동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나 나나 선택에서 배제돼 수동적인 삶을 살지만, 결국은 그 고통이 아름답게 꽃피길 바란다. 그것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라고 말한다.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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