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닻과 관련된 한 일화가 교훈처럼 내려온다. 청명한 날씨인데 위치를 보니 이상하게 배가 얼마 전진하지 못했다. 기관 선체에 문제가 있는지, 선창에 물이 들어왔는지 확인시켰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또 하루를 더 항해했다. 다음 날 ‘아차’ 싶어 선수에 나가 보라고 했더니 닻이 풀려 있었다. 닻의 정지 장치가 풀려서 길이 200m의 닻줄과 함께 바다에 내려가 있었다. 선장은 회사에 물어보지도 않고 닻을 용접으로 잘랐다. 사후 보고를 하자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 배에는 모든 것이 2개 비치돼 있다. 1개의 닻이 없어도 다른 쪽 닻을 사용하면 된다. 선장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닻은 법정 비품이라 2개를 달지 않고는 출항할 수 없다. 닻을 달기 위해 조선소에 들어가 일주일을 보냈고 그만큼 영업 손실이 났다. 선장은 하선 조치를 당하고 징계를 받았다.
현장의 선장은 어떻게 처리했어야 할까. 선박을 수심이 100m 정도 되는 곳으로 이동시키면 닻이 육지에 닿게 되고, 닻의 힘이 약해져서 선박의 유압장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바다에서는 10t짜리 닻과 200m 닻줄을 선박의 유압장치로 끌어올릴 수 없다. 선장 시절, 선배로부터 이런 교훈을 들었다.
닻의 영어이름은 ‘앵커’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하다 보니 TV 방송에서 뉴스 진행자를 앵커라 부른다. 앵커는 뉴스를 전달하고, 현장 기자와 전문가를 부르고, 중요도에 따라 방송 순서를 정하기도 한다. 앵커를 중심으로 뉴스가 진행된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그를 통해 뉴스를 전달받는다. 시청자들은 대형 선박에 해당하고, 뉴스 진행자는 닻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이렇듯 선박의 앵커는 선박과 화물의 안전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방송에서의 앵커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소중한 존재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