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없었다면 나도 없었다…아내 덕에 인류의 나머지 반쪽 찾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인생의 반려자였던 이희호 여사가 지난 10일 9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이 여사는 11일 발표된 유지를 통해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 전시된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사진. © News1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망명 시절을 보냈던 19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강연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늘 내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내 아내 덕분이고, 나는 이희호의 남편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고 말했다. 이희호 여사를 향한 김 전 대통령의 아낌없는 찬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희호 여사는 존재 자체만으로 ‘삶의 의미’ 였다. 김 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보다 이 여사의 공을 앞세웠다. 이희호 여사가 없었다면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삶도 없었을 것이라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이희호 여사 평전인 ‘고난의 길, 신념의 길’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이 여사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평전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어느 날 이 여사를 언급한 글을 통해 “우스갯소리로 나는 늘 아내에게 버림받을까봐 나 자신의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스개가 아니다. 나의 진심이다”라고 고백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당시 정권에 협력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상황이었다. 쿠데타에 참여했던 실력자가 온갖 회유와 협박을 했다”며 “나도 인간인데,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한순간 흔들리던 나의 마음은 아내를 생각하며 올곧게 바로 잡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결코 나의 배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내의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내게는 곧 목숨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나는 악내의 사랑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향년97세)가 10일 별세했다. 사진은 1998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하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제공)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문패가 나란히 걸린 사연은 당시로써는 희귀한 모습이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아내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발로였다. 막상 그렇게 하니 문패를 대할 때마다 아내에 대한 동지의식이 자라났다”고 언급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비하와 멸시의 관념으로부터 해방되고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서 여성을 대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도움 때문”이라며 “아내 덕분에 나는 인류의 나머지 반쪽을 찾을 수 있었다”고 이 여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