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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철소 조업중단 전에 정확한 오염배출 측정부터

입력 | 2019-06-03 00:00:00


충남도가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열흘간 조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제철소의 고로(용광로) 정비 과정에서 대기오염 방지 시설이 없는 ‘브리더’(안전밸브)를 열어 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것이 지자체의 점검 결과다. 앞서 전남도와 경북도 또한 같은 이유로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각각 조업정지 10일을 사전 통보했다.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 온 대기업들이 정부와 국민의 눈을 피해 가며 대기 유해 물질을 무단 방출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행정처분이 이뤄진 과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국내 제철소들은 2개월 주기의 고로 설비 정비 때 브리더를 임의 개방해 고압가스를 방출해 왔다.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 제철소들도 고압으로 인한 고로 폭발 방지를 위해 이 같은 정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철강협회에서 문제없다고 평가하고, 국내 제철소들이 수십 년간 해온 브리더 임의 개폐를 일부 환경단체들이 문제 삼았고 환경부도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그러자 지자체들은 방지 시설이 없는 브리더를 개방할 때 어떤 오염 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구체적으로 측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업정지 명령부터 내렸다. 최근에서야 환경 당국이 드론을 띄워 한 차례 오염 조사에 나선 게 전부다.

고로 조업 중단이 현실화되면 철강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강업은 용광로에 쇳물이 굳지 않도록 생산설비가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돼야 하는데, 열흘의 조업정지로도 재가동에 최대 6개월이 걸려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내 제철소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이 문제가 된다면 정확한 배출 현황과 위해성 여부부터 철저히 조사하는 게 먼저다. 고로 정비 시 브리더 개방을 대체할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조업 중단이라는 극단적 처방부터 꺼내 드는 건 성급하고 과도하다. 환경 당국과 지자체, 철강사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 고로 브리더 개폐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결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