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오늘 안 했으면 좋겠다. (말)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2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을 마친 뒤 경기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던 손흥민(27·토트넘)은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게 짤막한 이 한 마디만 남긴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축구대표팀 캡틴은 ‘0-2’를 끝으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고개를 푹 숙였다.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으나 촉촉한 눈시울은 감추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다. 준우승 자격으로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았을 때도, 구단 스태프와 동료들이 위로를 건넬 때도 내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따스한 격려도, ‘적장’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강한 포옹도 쓰린 아픔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돌파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한편,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뭔가 큰일을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계속 불어넣었다. 다만 이번엔 방점을 찍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UCL 여정은 12경기(906분), 4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주저앉을 이유도 없다. 이제 한 번의 도전이 실패했을 뿐이다. 손흥민에게는 여전히 큰 목표가 남아있다. ‘멈춤’이라는 단어는 결코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있기에 대한민국 축구팬들이 행복하다.
마드리드=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