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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째 폭우로 물살 거세져… 수중수색 중단 등 구조 난항

입력 | 2019-05-31 03:00:00

[한국인 관광객 다뉴브강 참변]급박한 헝가리 사고현장



文대통령 긴급대책회의… 국제구조대 출국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관련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소방청 국제구조대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현지로 출국하는 모습. 소방청은 심해잠수요원 9명 등 12명의 국제구조대를 이날 오후 헝가리로 보내 외교부 소속 6명과 함께 신속대응팀을 꾸려 수색작업 등을 돕기로 했다. 청와대 제공·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헝가리 부다페스트 구조당국은 실종된 관광객들을 찾기 위해 30일(현지 시간) 수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가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크루즈 배에 받힌 뒤 순식간에 침몰해 초기 구조활동 자체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구조대의 도움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관광객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구조당국은 사고 직후 구조선 외 다른 선박들의 다뉴브강 통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다뉴브강 일대에 구명보트와 다이버를 투입했다. 조명탄과 레이더스캔을 이용해 수 km에 이르는 예상 발견 지점을 수색했다. 전문 소방관 96명과 군인, 수상경찰 등 200여 명이 구조에 투입됐다. 소방차 17대와 선박 15척도 동원됐다.

하지만 악천후가 구조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사고 발생 13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에는 여전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자욱한 안개까지 더해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나흘째 내린 비로 둔치 턱밑까지 물이 차올랐다. 엔진을 끄면 배가 빠르게 흘러내려갈 정도로 유속이 빨랐다. 사고 발생 전후에도 시간당 14mm의 장대비가 내려 제대로 된 수색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밤 12시 이후에는 유속이 시속 10∼11km를 넘긴 탓에 잠수 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

구조가 난항을 겪으며 실종자 수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BBC는 30일 유속이 빨라져 실종자들이 강 하류로 더욱 빠르게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종자 한 명은 전날 사고 발생 3시간도 안 돼 현장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유속 탓에 실종자가 헝가리 국경 밖으로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헝가리 구급차연합 처토 가보르 회장은 “다뉴브강 물살이 너무 세서 몇몇 사람은 부다페스트시 경계 바깥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헝가리 당국은 다뉴브강이 흘러가는 세르비아에도 공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세월호 오룡호 수색 경험 구조단 급파

민간도 실종자 수색을 도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다뉴브강 일대에 정박해 있던 보트들은 29일 밤 일제히 강물 쪽으로 등을 켜 수색을 도왔다. 다뉴브강 서버드사그 다리 위에서 촬영 중이던 한 영화 제작진은 촬영용 조명을 강물 쪽으로 비췄다. 수색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부다페스트는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이 자주 촬영되는 곳이라고 NBC는 전했다. 24.HU 등 현지 언론은 생존자 7명을 구한 것도 모두 부다페스트 시민들이었다고 보도했다. 허블레아니가 충돌 후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순식간에 침몰했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 교민 석모 씨(58)는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걱정하느라 교민 사회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교민 박모 씨(51)는 “현지 가이드 중 지인도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된다”며 뒤숭숭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은 각각 특수구조대를 꾸려 사고 현지로 급파했다. 소방청은 119국제구조대 12명을 30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편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파견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한 심해잠수 전문인력 9명이 포함됐다. 국제구조대는 소방과 국립중앙의료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으로 구성된 소방청 산하 조직으로 1997년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 사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4개 나라에서 15차례 구조활동을 펼쳤다.

해양경찰청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소속 구조대원 6명을 보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그해 11월 창설된 구조단은 세월호, 오룡호 등 해난사고 실종자 수색 경험을 갖춘 대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잠수장비, 소형보트 등 구조장비 20종, 83점을 싣고 이날 오후 8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 본격 사고 원인 조사 착수

헝가리 당국은 이날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 조사 인력이 허블레아니와 충돌한 ‘바이킹 시긴’을 수색했다. 바이킹 시긴은 객실 95개를 갖춘 길이 135m, 폭 29m의 대형 유람선이다. 도서관과 라운지바, 엘리베이터가 있고 객실에서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고급 크루즈선이다. 스위스 국적으로 부다페스트에서 독일 파사우, 루마니아 부쿠레슈티까지 장거리를 운항한다.

헝가리 국영 MTI가 다뉴브강에 정박해 있는 바이킹 시긴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선미 아래쪽에 충돌로 긁힌 듯한 자국이 남아 있다. 사고 당시 영상에서 허블레아니와 충돌한 지점이다. 현지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킹 시긴 선장은 우크라이나인이고 항해 경험이 풍부하다고 밝혔다. 바이킹 시긴에 탑승한 승객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선장 진술을 통해 사고 경위와 인명구조를 하지 않은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허블레아니 인양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현지 경찰을 인용해 인양 준비를 시작했지만 강물 수위가 높고 날씨가 좋지 않아 언제 인양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침몰 선박 안에 실종자가 갇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최지선·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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