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보낸 것도 어미의 죄요, 그래서 북에 납치된 것도 어미의 죄입니다.”
29일 청와대 앞 분수대. 42년 전 아들의 앳된 사진을 옆에 둔 백발의 김태옥 할머니(87)는 청와대를 향해 “죽기 전에 제발 아들 얼굴 한번 보게 해달라”고 절규했다.
김 할머니의 아들은 1977년 수학여행 중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피랍된 이민교 씨.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에 따르면 1967~1978년 납북된 후 북한 당국에 의해 평양 거주가 확인된 이는 노동당 112연락소 지도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씨를 포함해 모두 21명에 이른다. 김 할머니는 “평양에서 가족을 이루고 산다니 다행이지만 살아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김 할머니의 남편은 아들의 생사도 모른 채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심장이 좋지 않은 그도 기력이 쇠했다. 김 할머니는 “나도 나이가 많아서 얼마 못 살 것 같으니까 얼른 만나게 해주시오”라고 호소했다.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김 할머니의 서신을 청와대에 보냈지만 답변이 없다”며 “대통령이 직접 생사확인과 상봉을 위해 나서달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