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D수첩 갈무리
정신과의사 김현철 씨(44)로부터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여성 환자의 우울증이 심각한 배신감으로 악화됐다고 담당의가 설명했다.
김 씨로부터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장형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9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분을 처음에는 제보자로 만났고, 그 후에는 주치의로서, 치료하는 환자로서 뵙고 있는데 신뢰했던 사람에게 아주아주 심각하게 배신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 갖고 있었던 어려움들, 우울증이라든지 이런 게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또 다른 의사를 신뢰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받을 길이 막히는 문제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 간사이도 한 장 교수는 “작년 초에 성적인 경계위반 피해자, 또 병원에서 일했던 전 직원 분들이 저희 학회에 제보 메일을 보내셨다. 이미 저희 학회에서는 그보다 조금 전에 있었던 유아인 씨에 대한 SNS 발언 건으로 징계심의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거기에 추가로 이런 제보들을 받게 된 거다. 처음에 저희가 그 제보들을 쭉 봤고 실제로 피해자분들이랑 전 직원들 만나서 정보를 들어보니 이 사안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을 해서 저희 학회 입장에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를 진행해 3월 말에 제명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김현철 씨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 B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B 씨는 “(김 씨가) 제 진료와 관계없는 본인의 사적인 얘기 같은 걸 조금씩 지속적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특별한 환자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B 씨는 김 씨에게 연인의 감정을 느꼈다. 이 같은 감정을 김 씨에게 고백하자 김 씨는 성관계를 요구했다. 두 사람은 총 5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김현철 씨는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관계는 합의에 할 수도 있고 비합의에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자 분이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본인이 맨날 항상 마지막에 예약을 한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제가 퇴근해야 하는데 그분은 뭔가 일을 낼 거 같은 분위기였다”고도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