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9-4 승강장. 3년 전 이 곳에서 19살 김 군이 목숨을 잃었다. 고등학교 졸업 석 달 만이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구의역 9-4 승강장에 붙은 추모 메모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김 군은 매일 10시간 이상을 일했고 월급 140만원 중 100만원씩 저금하던 성실한 청년이었다. 고장 발생 시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었지만, 그는 혼자였고 중간관리자는 사무실에 없었다.
사고 당일 유품에서 발견된 컵라면은 시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장 접수 후 1시간 이내 현장에 도착한다는 사내 규정 때문에 김 군은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았다. 그에게 빨리 일해야 할 의무는 있었지만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없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스크린도어의 잘못된 유지 보수 체계가 김 군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 청년이 김 군을 추모하는 메모를 붙이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스크린도어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건 발생일 이후 3년이 지난 오늘도 시민들은 김 군을 잊지 않고자 한다.
광고 로드중
사고 3주기를 맞이한 오늘, 시민들은 그날을 잊지 않고 샌드위치, 컵라면 등을 사고가 났던 9-4 승강장 앞에 두며 김 군을 추모했다. 김 군을 위로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너는 나’라고.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일해야 했던 그를 추모하며, 시민들은 샌드위치나 음료수를 놓고 갔다. 천천히 먹으라는 메모와 함께.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