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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중에도 매일 혼자 체력훈련하다 부상… 못 말리는 내 신랑

입력 | 2019-05-28 03:00:00


9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현대모비스 이대성(오른쪽)과 손근혜 씨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대성은 지난달 끝난 프로농구 2018∼2019시즌에서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새 신부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1일 결혼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이대성(29·현대모비스)과 손근혜 씨(29) 부부는 신혼여행 막바지 일정이었던 프랑스 파리에서 스냅사진 촬영 일정을 절반도 채 소화하지 못했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도 알아주는 ‘운동광’ 이대성이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다리 근육에 무리가 왔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아내 손 씨가 자신에게 뜻깊은 장소인 파리에서 남편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현지 사진작가를 섭외해 마련한 일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남편의 부상(?)으로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떠올린 손 씨는 태연했다. “아플 때 얼마나 속상한지 잘 아니까요. 재활하는 걸 옆에서 다 지켜봤는데 아픈 걸로 뭐라고 하면 안 되죠.”

둘은 스페인과 프랑스로 2주간 신혼여행을 갔다가 지난주 귀국했다. 시즌 중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만날 시간이 귀했던 부부는 처음으로 24시간을 함께 지내게 됐다. 아내가 신혼여행에서 지켜본 이대성은 여전히 운동광이었다. 신혼여행 중에도 매일 오전 일어나자마자 2시간씩 체력훈련을 했다고 한다.

2010년 처음 만난 둘은 9년 연애 기간 동안 고비도 많았다. 2014년 2월 이대성은 발목을 크게 다쳤다. KGC와의 경기에서 덩크 슛을 시도하다 왼쪽 발목 인대가 손상된 것이다. 7개월가량 이어진 재활 기간 중에서 5개월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프로 데뷔 첫 시즌, 좋은 기량을 보이던 중 당한 부상이라 아쉬움은 더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손 씨는 프랑스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그해 여름 한국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은 잠시, 부상으로 예민해진 이대성과 갈등이 잦았다. “많이 싸웠어요. 그땐 남편이 아플 때 얼마나 예민해지는지도 잘 알지 못했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잘 몰랐죠.”

이제 부부는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이대성은 평소 매일 오전 네 시 반에 일어나 운동을 한다.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하는 말은 잠시 죽어 있으라는 말과 같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종아리 부상을 당해 두 달간 자리를 비웠을 때도 이대성은 농구만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이런 이대성에게 손 씨는 율마 화분을 선물했다. ‘이대성은 다 잘될 거야. 사랑해’라고 쓴 팻말과 함께였다. 농구 생각만 하던 이대성은 율마를 키우는 데 정성을 쏟았다. 농구로 꽉 차 있던 일정에 ‘율마 관리’가 들어왔다. 율마를 관리하며 비로소 농구 외의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갖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이대성은 “신혼여행 중에도 동료에게 부탁해 물을 줄 만큼 극진히 키우고 있다”며 웃었다.

“새삼 멋지다는 말을 더 많이 해요. 옆에 있어 보니 얼마나 성실하고 계획적인 사람인지 느껴져요”(손 씨)

“결혼 전에는 시간을 내서 아내를 만나야 했지만 지금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그게 제일 좋아요.”(이대성)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