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종이 건축/반 시게루 지음·박재영 옮김/232쪽·1만3800원·민음사
저자는 구호운동가와 건축가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간 고베 대지진, 대만 대지진, 뉴질랜드 대지진 등 각종 재해 지역과 르완다를 비롯한 내전 지역에서 난민과 약자를 위한 건축에 힘썼다. 책은 그가 20년간 펼친 자원봉사 건축 활동을 돌아본 일종의 자서전이다.
제목의 ‘종이 건축’은 무에서 유를 이뤘다는 유의 비유적 수사가 아니다. 실제 종이로 건축을 했다는 뜻이다. 물자가 부족하고 다시 파괴될 수 있다는 재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난민을 위한 여러 시설에 그는 획기적 종이 건축 기법을 도입했다.
건축가의 실무적 활동 기록이기에 조금은 딱딱할 수 있지만 꼼꼼히 첨부한 여러 사진과 다정한 글, 깔끔한 책 디자인이 그 자체로 단아한 종이 건축처럼 느껴진다. 함께 일한 자원봉사자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하나하나 열거한 마음 씀씀이도 따사롭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