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인터뷰…“현송월, 첫인상 까칠했지만 좋은 친구” “남북합작으로 ‘태양의 서커스’ 만들고파”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탁현민 대통령행사 자문위원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4.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가졌던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2018.6.12)을 앞두고 있는데 영어를 잘 못해 걱정이다. 독어는 잘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으로 재직하며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기획에 관여했던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은 20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회담 전후 후일담을 밝혔다.
그는 “행사가 끝난 후 대통령이 제게 해주신 말씀 중 전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당시 두 분이 상당히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셨다고 한다”고 했다.
탁 위원은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해봤냐’는 물음에는 김 위원장에게 격려의 말을 들었음을 밝혔다. 탁 위원은 “판문점 정상회담 행사가 모두 끝나고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들과 악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게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고맙다’고 했다. 리설주 여사도 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중에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게 들은 바로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 행사의 여러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특히 환송행사 영상쇼를 상당히 놀랍게 봤다고 말했다 한다”고 밝혔다.
탁 위원은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2018.9.18~20) 기획에도 관여했다. 그는 평양방문 마지막날 이뤄진 백두산 천지 방문 당시 문 대통령 내외의 겨울코트가 미리 준비됐던 만큼 천지 방문은 ‘깜짝 이벤트’가 아닌 ‘잘 짜인 각본’인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탁 위원은 “처음부터 우리 측이 백두산에 가면 좋겠다고 북측에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고 우리가 평양에 들어간 후 백두산에 오르기 바로 전날 확답이 왔다”며 “대통령 내외의 코트는 혹시 몰라 옷을 전담하는 비서들이 미리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위원은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 공연 후 2차로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날 오전에 찾아갔다”며 “현 단장에게 ‘김 위원장이 남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해보라’며 계속 설득했고 결국 현 단장이 ‘우리의 소원’을 남한 가수가 같이 부르는 것으로 양보했다. 서현에게 전화해 ‘정말 미안한데 2시간 만에 머리하고 나오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아울러 탁 위원은 현 단장에 대해선 “결혼을 했고 자녀가 둘이며 나보다 한두 살 아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음악을 하는 플레이어라 무대를 잘 알기 때문에 저와는 통하는 게 많았다. 저는 진짜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탁 위원은 대통령 행사에 참가하는 연예인 등 아티스트 선정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거나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사람 순으로 선정한다. 그런데 그분들이 무슨 특혜라도 받는 양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연예계는 오랫동안 친정부 혹은 특정 정치세력과 가깝다는 이미지가 본인 활동에는 늘 독이 됐다.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도 출연 제안을 거절한 가수가 많았다”며 “일례로, 참 가슴 아픈 일인데 대통령 행사에 몇 번 초청해 역할을 잘해준 한 젊은 아티스트도 이번 판문점 1주년 행사 출연을 부탁했더니 간곡히 거절했다. 지난해 북한 관련 행사에 출연한 후 빨갱이 새끼라는 등 악플에 시달리며 상처를 받았더라”고 전했다.
위원 일 외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남북합작으로 ‘태양의 서커스’ 같은 세계적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북 관련 행사를 하면서 기획자로서 북쪽에서 크게 매력적으로 느낀 콘텐츠가 두개다. 하나는 5만~6만명이 한 덩어리가 돼 펼친 집단체조, 또 하나는 기예(서커스)”라며 “북쪽 기예단의 기량과 남쪽의 기술 및 스토리텔링을 접목하는 거다. ‘태양의 서커스’가 1년에 여러 팀으로 나뉘어 전 세계 투어로 버는 수익이 BTS만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대북제재 또한 풀려야 가능한 일 아니냐’는 지적에는 “물론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북한에서 전향적으로 해보자고 할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