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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우, 121m 샷 이글… 1년전 무너졌던 그가 아니었다

입력 | 2019-05-20 03:00:00

함정우, SKT오픈 13언더 데뷔 첫승
작년 마지막날 선두서 공동 15위로… 아픈 스코어 ‘77’ 새겨진 옷 입어
“끝까지 최선 다하자고 마음 다져”




함정우가 19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한 뒤 아버지 함용식 씨(왼쪽), 어머니 한순희 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 1억 원을 돌파하며 신인왕에 올랐던 함정우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KPGA투어 우승을 맛봤다. KPGA 제공

핀까지 남은 거리는 121m였다. 13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앞둔 함정우(25)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피칭웨지를 휘둘렀다. 공은 두 차례 그린에 튀어 오른 뒤 핀을 약 1m 지나쳤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절묘하게 백스핀이 걸린 공은 다시 뒤로 굴러 홀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함정우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12번홀까지 2위 정지호 등에게 1타 앞선 불안한 선두였던 함정우는 13번홀 이글을 앞세워 순식간에 3타를 앞서며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는 16번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정상에 올랐다.

환상적인 샷 이글을 선보인 함정우는 19일 인천 스카이72골프&리조트 하늘코스(파71)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2위 정지호 이수민(이상 11언더파)과는 2타 차.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 1억 원을 돌파하며 신인왕에 올랐던 함정우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KPGA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함정우는 “13번홀 이글을 성공시킨 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경쟁자들의 스코어를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함정우는 SK텔레콤오픈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파72로 치러진 지난해에 그는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섰지만 5오버파 77타를 치며 공동 15위까지 추락했다. 최종일의 타이거 우즈(미국)를 연상시키는 빨간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이번 대회 4라운드에 나선 함정우. 그의 빨간 셔츠 왼쪽 가슴 부위에는 지난해 4라운드 타수와 같은 ‘7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함정우는 “지난해의 안 좋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77이 적힌 옷을 입었다. 일부러 제작한 옷은 아니다.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우승을 달성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12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한 ‘탱크’ 최경주(49)는 생일이었던 이날 2언더파로 공동 28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경기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지만 대회를 치르는 내내 에너지를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비거리의 경쟁력 등 자신감을 얻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