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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제대로 안움직여 성과 부진… 당청 2년 불만 드러낸것”

입력 | 2019-05-13 03:00:00

“관료들 말 안들어” 뒷담화 파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민생현안 회의에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2년 동안 쌓였던 불만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10일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관료가 말을 안 듣는다”고 말한 데 대한 여권 인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당청의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법령 미비 등을 이유로 관료 조직이 복지부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라는 것.

그러나 관료 조직과 아직 3년이나 더 호흡을 맞춰야 하고,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내년 총선까지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은 “공무원을 자극해봐야 좋을 것 없다” “어떻게든 관료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쓰린 속을 감추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이 대표와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은 없다”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 답답한 靑, “공무원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만…”

올해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정 기조는 ‘체감할 수 있는 성과’. 특히 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총선에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복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은 결국 관료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탓이란 인식이 당청에 지배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하려고 해도 관계 법령이 없어 어렵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이 ‘시행령으로라도 해보면 안 되겠느냐’고 채근해도 별말도 안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청와대는 규제 개혁, 혁신 성장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원격의료, 데이터경제 활성화 등 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규제 개혁을 강조했던 사항들도 답보 상태. 한 여당 의원은 “공무원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며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서는 구습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10일 이 원내대표가 김 실장에게 “국토교통부의 이상한 짓”이라고 지목한 것은 버스 파업 대처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고 한다. 버스 쟁의 신청이 3월부터 접수됐지만, 국토부는 “매년 이뤄지는 요식적인 투표에 그칠 것”이라며 미온적으로 나섰고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가 낙마해 다시 김현미 장관이 유임되는 ‘수장 공백’ 기간에 국토부 공무원들이 두 달가량 김 장관에게 보고도 안 한 채 손을 놓았다고 당청은 보고 있다.

○ 관료들, “문제 되면 누가 책임지나”

‘말 안 듣는’ 집단 취급을 받은 관료 사회의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국회가 움직이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하는 정책도 상당수인데, 모든 것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탓으로 돌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유차량규제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의욕적으로 해소해 보려 했지만 여당이 자체적인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가 생기면서 더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3년째 계속되고 있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 부처 관계자는 “과거 청와대의 지시로 한 일까지 개별 공무원의 탓으로 돌리면서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지금도 분위기가 엉망”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관료들을 만나 ‘마음고생 많으시죠’라며 달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으로 관료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관급 16명을 한꺼번에 바꾸는 초유의 파격 인사를 하고, 남북 경협에 미온적이었던 통일부에 비(非)관료 출신인 김연철 장관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청와대가 과거 정권에 비해 장관 재임 기간을 길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 장관이 지명되고 취임해 업무와 부처 조직을 파악하기까지 최소 2, 3개월은 걸리기 마련”이라며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장관들이 부처 조직을 다독여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재명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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