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알칸타라. 스포츠동아DB
KT 위즈는 그간 ‘외인 에이스’ 갈증에 시달렸다. 그리고 1군 진입 5년 만에 라울 알칸타라(27)가 그 왕관을 썼다. 제구되는 154㎞의 강속구는 어느 타자도 쉽게 상대하기 힘들다. KT로서는 확실히 계산이 서는 에이스의 존재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KT는 12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3으로 승리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가 2017년 데뷔 이래 한 경기 최다인 6타점을 수확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4번타자가 터지니 간만에 대량득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마운드는 알칸타라가 지켰다. 8이닝을 던지며 3안타(1홈런) 4삼진 1실점을 기록, 시즌 4승(3패)째를 챙겼다. 투구수가 94개에 불과해 완투도 가능했지만 벤치는 한 주에 두 번째 등판을 소화한 에이스를 배려했다. 이날 알칸타라의 최고구속은 154㎞였다. 평균 149㎞의 속구를 48개 구사했고, 최고 152㎞의 속구가 16개였다.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팔색조’ 매력을 갖춘 그였지만 이날은 속구 위주 투구로 키움 타선과 정면승부했다. 자신의 속구에 대한 믿음이 확실했기에 가능한 판단이었고, 이는 틀리지 않았다.
경기 후 박승민 투수코치는 “투구 패턴이 다양한 투수이지만 이날은 의도적으로 속구 비율을 높인 것 같다. 영리한 투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미국 시절 강력한 속구를 낮게 제구하려고 애를 쓴 것 같다. 그럴 필요 없이 하이 패스트볼의 구사율을 높이라고 조언한 것밖에 없다. 원래 좋은 투수”라며 본인의 공을 숨겼다.
알칸타라는 “오늘 승리 영광을 세 아이의 엄마인 아내에게 돌린다”며 스윗한 모습도 뽐냈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말수가 적던 그는 이제 팀 적응을 끝마쳤다. 통역 직원부터 동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KT에 이런 복덩이 외인 투수는 없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