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구성 일대서 단거리 미사일 추정 2발 발사 원산서 단거리 발사체 10~20여발 발사 닷새만 北 "美, 올해 말까지 수용 가능한 방법 제시해야" '비핵화-안전보장' 아닌 '인도지원' 검토에 불만 "의사 관철 배수진, 트럼프 결단 종용 메시지" "한미 정상 수세 몰리고 협상 명분 취약해져"
북한이 9일 내륙을 관통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또다시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지 닷새 만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발사체를 영해에 떨어뜨리며 도발로 비춰질 여지를 최소화했으나, 교착 국면의 비핵화 협상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4시29분과 4시49분께 평안북도 구성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의 발사체를 각 1박, 총 2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모두 내륙을 관통해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 비행거리는 각 420여㎞, 270여㎞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원산 인근 호도반도 일대에서 240㎜ 방사포, 300㎜ 대구경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10~20여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체들은 약 70~200㎞를 비행해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미국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한 불만 표출, 그리고 협상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술적 행동으로 풀이된다.
북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무력시위 직전 ‘조선언론이 전하는 군사동향의 자위적 성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언급하며 “유화적 메시지가 계속 발신되었다 한들 올해 말까지 조선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해결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거듭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재완화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밝히며, 올 연말까지 미국이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 이후에도 ‘인도적 지원’ 등으로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 들자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비핵화로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싶은 건데 한국과 미국은 인도적 협력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런 태도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북한이 배수진을 치고 미국이 바뀌지 않으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이번 무력시위에서도 발사체가 공해상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며 도발로 비춰질 여지를 최소화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 판을 깨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도로 때린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이번에도 ‘억제력’을 강조하겠지만 그 파장이 적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공언해온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비춰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앞으로 협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 의회의 대북제재론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한국에서도 정부의 판단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세질 것이다. 한미 정상 모두 정치적 명분을 축적해나가도 쉽지 않은 판에 명분이 더 취약해지면서 대북 정책의 동력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