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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클라우드로 대전환 중… IT업계, 새판 짜야 안밀려”

입력 | 2019-05-03 03:00:00

[Let's 스타트업]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




지난달 25일 만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큰놈(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건 전혀 무섭지 않다. 빠른 곳들과 경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베스핀글로벌 제공

1997년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과 대학원 랩에 있던 한국인 학생에게 같은 학교 컴퓨터공학과 선배가 찾아왔다. “인터넷이라는 게 요즘 난리라는데, 뭐라도 지금 안 해보면 나중에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

기업 가치 6000억 원, 한국의 차기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꼽히는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47)가 창업에 나선 계기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관리해주는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베스핀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행성 중 하나로, 주요 도시는 공중에 떠 있는 ‘클라우드 시티’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베스핀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 뒤로 스타워즈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늘색 후드티를 입은 이 대표는 “인터넷이 뭔가 어마어마한 변화를 갖고 올 거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생물학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바로 다음 해인 1998년 2월 대학 선후배와 친구 4명이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1994년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KAIST 동문 친구 김정주, 송재경, 김상범 씨가 의기투합해 넥슨을 만들었듯 1998년 이 대표의 사업도 동문 4명이 시카고대 인근 신혼집에서 시작했다. 첫 사업 모델은 웹 호스팅이었다. ‘호스트웨이’라는 회사를 차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막 만들기 시작하던 기업의 사이트 구축과 서버 관리, 프로그램 운영을 대행했다.

넥슨을 비롯해 당대 수많은 인터넷 벤처 붐 기업들이 ‘친한 선후배’ 서너 명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이 대표는 “인터넷이 가능케 한 게 그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분야라고 해 봐야 코딩, 운영, 영업 딱 3개인데 스타트업은 최소한의 인력에 온라인 오픈소스만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2014년 호스트웨이 미국 지사를 3000억 원에 매각한 이 대표는 2015년 한국에서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했다.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은 이미 성장이 예견된 시장이었지만 한국 시장은 미국과 완전 딴판이었다. 오랜 기간 한국 대기업들의 정보기술(IT) 업무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소속 계열사가 전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에조차 클라우드 시장은 초기에 가까웠다. 그 틈새를 뚫고 베스핀글로벌은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SK텔레콤 등 대기업 수주를 연이어 따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IT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특이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액센추어, 인도 TCS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10여 년 만에 기업 가치 100조 원에 올라섰지만 삼성SDS는 1985년에 생겼는데도 현재 기업 가치는 20조 원대”라는 것. 그는 “당대 대한민국 최고 IT 인재를 모두 흡수했던 데 비하면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김범수, 이해진 씨 등이 모두 삼성SDS 출신이다.

이 대표는 “그룹에 묶인 큰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면서 “5년간 적자를 내며 새 사업에 투자할 대기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글로벌 클라우드 전환이라는 큰 물결에서 한국 IT 업계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사람’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전문 인력 수요가 급증해도 국내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턱없이 적다. 이 때문에 회사 선배들이 IT 전공 인력을 뽑아 재교육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지난해 한국 지사에서만 350명을 채용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