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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유기동물 1년 2000마리 안락사…악순환 끊으려면?

입력 | 2019-05-01 07:09:00

반려동물 대량생산·유통·유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근본문제
2018년 서울시내 구조 유기동물 8220마리…1990마리 안락사
동물보호센터, 유기동물 10일 보호 후 입양 안된 동물 안락사
안락사 막기위해 대량생산 원천차단 거론…시장개입 우려 심화
서울시, 동물등록 마이크로칩 저렴한 가격 공급…입양행사 개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동물 200여마리를 안락사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동물 안락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대표 개인의 일탈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동물 생산과 판매, 그리고 유기로 이어지는 구조가 동물 안락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 대량생산과 이에 따른 대량유기, 개체수 조절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대량 안락사 조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8220마리다. 서울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2010년 1만8000여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시민인식이 개선되고 동물 관련 정책이 도입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중이다.

유기동물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결국 폐사하는 유기동물은 여전히 수천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시와 자치구에 의해 안락사 당한 반려동물은 1990여마리다. 박소연 대표가 안락사 시킨 200여마리의 10배에 해당하는 개체가 서울시와 자치구에 의해 ‘합법적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등 각종 법령에 ‘인도적인 조치’로 이름 붙여진 안락사는 시와 자치구가 위탁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의해 이뤄진다. 시내 25개 자치구 중 20개구는 경기도 양주시 보호소와 동물보호센터 위탁계약을 맺었고 나머지 5개구는 관내 동물병원을 동물보호센터로 지정했다.

이들 동물보호센터는 구조된 유기동물을 보호하다가 일정기간 분양한다. 분양기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개체는 결국 안락사 대상이 된다.

센터는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동물이 사람이나 보호조치 중인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등 사유가 발생할 때 안락사를 실시한다. 10일이라는 법정보호기간이 지나면 수용공간·치료비용 등 비인도적 사유로도 안락사가 가능하다.

안락사 대상 동물 우선순위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 정해져 있다.

안락사 1순위는 홍역, 파보, 장염 등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에 감염되거나 상해로 인해 건강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다. 2순위는 치료비용, 치료기간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다. 3순위는 건강상태가 쇠약하거나 심장질환, 백내장, 호르몬 질환 등에 감염돼 분양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개체다. 4순위는 사람과 동물을 공격하거나, 교정이 어려운 행동 장애 등으로 인해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다.

안락사 시술은 다른 동물이 볼 수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수의사에 의해 시행된다. 시술방법은 ▲마취를 실시한 후 심장정지, 호흡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하는 방법 ▲마취제를 정맥 주사해 심장정지, 호흡마비를 유발하는 방법 등이다.

안락사된 유기동물 사체는 상자에 담겨 소각처리업체에 전달된다. 업체는 수도권 인근 소각장에서 사체를 소각처리한다.

이 같은 ‘공장식’ 안락사는 왜 이뤄지고 있을까.

주로 타 지역에서 생산된 반려동물이 서울시내로 반입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동물운송업자를 통해 서울시내로 반입된 반려동물은 관련업체를 거쳐 소비자에 판매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던 소비자는 싫증이 나거나, 이웃과 갈등이 불거지거나, 여행을 가거나 수감될 때 키워줄 사람이 없다는 등 이유로 동물을 집 밖에 버린다.

반려동물 수요가 많은 서울시로 대규모 반입이 이뤄지고 이후 동물판매업체나 동물전시업체를 통해 대량 유통되는 이 과정은 이미 ‘산업’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길거리에 버려지지만 않으면 누가 뭐라 하겠나”라며 “생산이 많이 되는 것은 구입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층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량 안락사를 막기 위해 반려동물 대량생산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공공영역이 민간영역인 반려동물 관련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동물 대량생산 차단 방식에 대해 “어찌 보면 (반려동물의 대량)생산과 판매를 막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막자는 의견이 많다”며 “하지만 그러면 관련 업계의 영업을 차단해야 한다. 이미 시장은 형성돼 있는데 시장을 무조건 막는다든지 하면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서서히 할 필요는 있겠지만 당장 무 자르듯이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로선 반려동물을 버리지 않도록 의식개선 운동을 벌이는 한편 일단 발생한 유기동물을 다른 주인에게 입양시키는 게 안락사를 줄이는 차선책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내장형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을 1만원에 시술할 수 있게 지원한다. 동물등록률을 높임으로써 유실동물의 빠른 반환을 유도한다는 것이다.시는 유기동물 입양행사를 열어 민·관 협력 유기동물 입양활동을 전개한다. 자치구 직영 입양센터도 설치된다. 아울러시는 개짖음 등 이상행동 교정교육을 통해 반려동물 유기행위를 미연에 방지한다.

시 관계자는 “사람들이 생명체를 장식품이나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동물을 유기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며 “기호가 바뀌었거나 흥미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버리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오랫동안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면 아예 입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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