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맞춤법의 재발견]〈99〉같은 위치, 다른 의미

입력 | 2019-04-24 03:00:00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아래 문장의 잘못된 부분은 어딜까.

●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요.(×)
→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문장이 잘못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안녕하시-(×)’로 말을 끝내지 못한다. 문장을 끝내려면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다. 우리말 동사나 형용사로 문장을 끝내려면 종결어미가 붙어야만 한다. 종결어미인 ‘-오’를 붙여서 ‘안녕하시오(○)’라 해야 말을 끝낼 수 있다. 비슷한 위치에 놓이는 ‘요’는 다르다. 아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 집에서 공부해.(○)
● 집에서 공부해요.(○)

‘요’가 없어도 문장은 완성된다. 종결어미가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 문장처럼 ‘요’가 붙는 경우 듣는 사람을 높이는 의미가 덧붙을 뿐이다. 즉, 이 ‘요’는 존대의 의미를 더하는 보조사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왠지 ‘버리지 마시요(×)’가 더 익숙한 듯하다. 왜 그럴까? 우리가 쓰는 말 안에 답이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아래와 같이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 그렇게 된 것이오?
● 좀 쉬지 그러오.

젊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결어미 ‘-오’는 상대를 중급 정도 높이는 ‘하오’체에 쓰인다. 특히 격식적 상황에서 쓰이는 높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격식체 ‘하오’보다는 비격식체 ‘해요’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하오’체의 사용이 줄면서 이 종결어미 ‘-오’에 대한 인식이 점점 약화됐다는 말이다. ‘해요’의 ‘요’와 혼동이 가중되는 것은 이런 경향 탓이다.

‘높임’과 관련되지 않은 ‘-요’도 있다.

● 그것이 우리의 꿈이요,
인생이요, 지침이었다.

어떤 것을 나열할 때 쓰는 말이다. 앞서 본 것들과 의미상, 위치상 차이가 명확하기에 구별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위의 것들과 서로 묶어서 접근하여야 더 거시적 맥락의 구별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억해 두자.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