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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뺀 여야 4당,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추인…한국당 “총력 저지”

입력 | 2019-04-23 14:17:00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3일 선거제도 개혁안과 검찰 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각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 추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전날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각각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전날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부분적 기소권을 부여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하고 각 당 의총을 거쳐 추인을 받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85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총을 개최한 민주당은 4당 간 합의안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뒤 당론으로 추인할 것을 박수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해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공수처의) 기소권 문제에 있어서 특히 우리가 많이 양보했고 공수처장 임명권에 있어서도 야당이 비토(veto·거부)권을 갖는 합의 내용이어서 아쉬운 점이 많이 있지만 여야 4당이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가 뭍에 있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일단 바다에 들어가야 그 다음부터 방향을 잡고 움직일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은 배를 바다에 넣기까지의 절차라 생각한다. 일단 바다에 떠야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내 나아갈 수 있다”고 합의안 추인을 당부했다.

공수처에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공수처에 완전한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판·검사와 고위직 경찰 대상 사건에 한해서만 기소권을 부여하는 조정안을 수용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금태섭·원혜영·박홍근 의원이 발언자로 나섰는데 원 의원과 박 의원은 물론 당초 공수처에 부정적이었던 금 의원도 의총에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이견이나 우려는 없었다. 민생 관련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지 않았기 떄문에 앞으로는 민생과 관련된 게 올라가도록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정의당도 의총에서 합의안을 박수로 만장일치 추인했다. 정의당은 추인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패스스트랙 추진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며 협조를 촉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20대 국회는 없다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민주주의와 전당의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윤소하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20대 국회 자체가 사라지고 의원 총사퇴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평화당도 의총에서 거수 없이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다만 선거제 개혁에 따른 지역구 축소 문제에 대한 보완 요구가 있었다.

현 선거제 개혁 합의안대로라면 의원 정수 300명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비례대표 의석 수만 늘어나기 때문에 253석인 지역구가 225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농촌이나 낙후 지역 등 유권자 수가 적은 지역은 선거구 범위가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가 있다.

정동영 대표도 모두발언에서 “당 지역구 축소문제에 대한 당내 우려가 크고 전국적으로 축소대상 된 지역의 유권자들 걱정이 크다”며 “지난해 12월15일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300석을 기준으로 10% 범위 내에서 의원정수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합의했는데 이 틀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이번 패스트트랙 합의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됐던 바른미래당도 의총에서 4시간의 격론 끝에 추인에 이르렀다.

바른미래당은 의총에서 추인 요건 자체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바른정당계는 추인을 위해서는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합의안을 들고 온 김관영 원내대표는 과반수 동의만 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추인 요건에 대한 투표를 먼저 진행한 뒤 합의문 추인 여부에 대한 최종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찬성 12표, 반대 11표의 간발의 차로 가결됐다. 당에서 활동 중인 현역 의원 24명 중 박주선 의원을 제외한 23명이 참석했다.

패스트트랙 여부를 둔 갈등 이외에도 공개 여부와 표결 여부 등을 둔 설전도 벌어졌다.

개회 직후 지상욱 의원은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하려는 김 원내대표 방침에 반발하며 “역사적인 자리에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모였는데 의원총회를 공개할 수 있다. 이렇게 밀실 안에 가둬두고 필요하면 언론을 부르고 아니면 나가라는 게 맞는가”라고 따졌다.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도 “언론을 통해 국회의원이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공개 요구에 힘을 실었다.

지 의원이 “원내대표는 대체 어느 당이냐”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김 원내대표는 “개인적인 발언은 그만 하라”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각 당의 추인을 거침에 따라 여야 4당은 오는 25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에 강력 반발하며 총력 저지에 나설 것을 다짐해 정국 경색은 절정으로 치닫게 됐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황교안 대표는 “여당이 주도하는 악법 야합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거리로 나갈 것이고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장에 ‘의회 민주주의 파괴, 선거법 공수처법 날치기 즉각 중단하라’ ‘선거법 공수처법 밀실야합 즉각 철회하라’ ‘좌파독재 장기 집권 음모 강력 규탄한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나와 외쳤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하겠다”며 “비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대응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포함한다”고 해 국회 파행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