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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는 치켜세우고 참모들엔 말폭탄… ‘백악관 갈라치기’

입력 | 2019-04-22 03:00:00

폼페이오 이어 볼턴도 콕찍어 비난… CNN “트럼프-참모들 분리 작전”
상대방 교란 노린 北특유 전술… 비난받은 당사자 위축 효과 겨냥
폼페이오 “내가 여전히 협상팀 책임” 美내심 협상 위축 가능성 우려




북한이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말 전쟁’을 벌이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별다른 대화 징후도 포착되지 않은 데다 도발적인 언사로 협상 주도권을 취하려는 북한과 이에 꿈쩍 않는 미국이 양보 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 큰 결단만 수용하겠다는 북한과 실무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미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참모진 분리전략으로 양보 노리는 북

북한이 18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20일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연이어 비판한 배경에는 다양한 셈법이 깔려 있다. 그중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을 분리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전략을 통해 틈새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CNN도 20일(현지 시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에 대한 (북한의) 최근 비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핵심 참모진에서 고립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맞교환이 좌절된 데 따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끈 장본인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라는 확신도 나날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비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밝힌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냅백(snapback·제재를 해제했다가 향후 도발 시 복원하는 것)’ 제안을 폼페이오와 볼턴이 엎어버렸다는 불만의 연장선상”이라며 “결국 그 안이 만족스러웠으니 다시 정리해서 갖고 오라는 이야기로 이해된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북한 특유의 특정 인물 회피 내지 분리전략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난을 받은 협상 상대자도 위축되고 상대국의 내부 결정 과정에도 교란을 일으켜 양보를 끌어내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 대화 가능성 축소에 걱정하는 미국

미국은 일단 북한의 말 폭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 미일 외교·국방장관회의(2+2)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카운터파트 교체)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변한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협상)팀을 책임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적인 (협상) 노력을 책임지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계속 이끌어가는 것은 나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라고 강조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매력 없고 멍청해 보인다’ 등 최 제1부상의 공격에 21일 오후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북-미 대화 재개를 낙관하는 미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발언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CNN이 20일 전했다. 특히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원하는 비건 대표가 북한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점점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전후 첫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더 밀착하면 북-미 대화가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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