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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건강]예측하고 계획 세우면 장수는 저주 아닌 선물

입력 | 2019-04-11 03:00:00


100세를 바라보는 안효영 씨(가운데)는 매일 노병하(오른쪽) 정인명 씨 등 청주이순테니스회 회원들과 테니스를 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청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지난해 8월부터 dongA.com에 100세 시대 건강법 연재를 시작해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 20여 명을 소개했다. 그들이 왜 특정 스포츠를 시작했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지를 조명했다. 다양한 연령대를 취재했는데 특히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스포츠 활동, 즉 운동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5일 충북 청주시 충북테니스코트에서 만난 안효영 씨(91)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테니스를 친다. “눈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1952년 충북 진천농고에서 교직을 시작한 그는 30세 무렵에 연식정구를 배웠다. 충북 보은농고 교장 시절인 1973년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연식정구 그만하고 테니스를 해봐라”고 해서 테니스로 바꾼 뒤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라켓 인생’이 60년을 넘긴 셈이다. 민 장관은 소강배중고테니스대회를 만들 정도로 테니스에 열정을 가졌던 인물이다. 안 씨는 “교직에 있을 땐 방과 후에 교사들과 매일 테니스를 쳤다. 1993년 정년퇴직한 뒤엔 은퇴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테니스를 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안 씨는 건강을 위해 연식정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갓 30대였기 때문에 건강엔 자신이 있었다”는 그는 취미로 연식정구에 빠져들었다. 최소 2명 혹은 짝을 이뤄 복식으로 치는 연식정구는 친구를 사귀는 데 더없이 좋았다. 안 씨는 “연식정구와 테니스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꼭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내가 당시 지역 교사들하고 친분이 두터웠는데 모두 테니스 덕분”이라고 말했다. 안 씨는 이날 청주이순(耳順)테니스회 노병하(87) 정인명 회원(81)과 테니스를 치고 점심 식사를 함께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테니스를 치다 보니 건강은 덤으로 왔다. 그는 지금도 각종 동호인테니스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제10회 아천배슈퍼시니어테니스대회와 9월 제30회 코리아오픈 시니어 전국테니스대회 85세 이상부에서 우승했다. 90세 이상부가 없어 85세 이상부에 출전해 거둔 성과였다. 동호인테니스대회에는 복식만 있는데 현장에서 파트너를 추첨으로 뽑기 때문에 안 씨의 우승은 더욱 빛난다. 매일 함께 연습한 파트너가 아닌데도 우승을 할 정도면 체력은 기본이고 기술도 능수능란하다는 뜻이다. 안 씨는 “우승하고 예선 탈락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안 씨의 삶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크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 말고는 확실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장수를 저주로 봤다. 노쇠함과 병약함, 치매의 확산, 의료비 증가, 그로 인한 위기 탓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된 지금도 프랭클린이 말한 ‘장수는 저주’라는 시각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필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인물들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렇게 100세까지 살아서 뭐해”라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린다 그래턴과 앤드루 스콧은 저서 ‘100세 인생’(2016년 출간)에서 “제대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면 장수는 저주가 아니라 선물이다. 그것은 기회로 가득하고 시간이라는 선물이 있는 인생이다”고 했다. 이 책은 100세 시대의 다양한 삶을 예측하며 “인간은 현재보다 더 많은 단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일도 더 해야 하고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100세 시대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늘어난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운동이 훌륭한 대안일 수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생활화하면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고 조언했다. 스포츠 동호인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안 씨는 말했다. “내가 100세를 바라보며 아직도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 원동력엔 테니스가 있다. 현재 살아 있는 내 친구는 거의 없다. 살아 있어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자리보전하고 있다. 나도 언제 갈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테니스 치고 내일 죽는다 해도 여한은 없다. 지금까지 팔팔하게 잘 살았기에….”

100세 시대 가장 좋은 건강법은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 3일 앓다 죽는 것)’라고 한다. 매일 운동하며 건강을 챙겨야 가능한 일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