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국경통제-반이민 앞세워, 통합땐 2번째 정치세력으로 부상 제각각 정치성향 통합엔 걸림돌… 브렉시트 혼란에 反EU는 빠져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반(反)이민,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유럽 극우 정당들이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동맹당을 중심으로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덴마크 인민당 등 유럽 내 극우 정당 20개가 모여 선거 연대를 논의했다. 앞서 5일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을 갖고 공통 공약을 발표하기로 했다.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전체 705석 중 20% 이상을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 ‘유럽 보수 개혁 그룹(ECR)’, ‘자유와 직접민주주의(EFDD)’ 등 민족주의 포퓰리즘 정당 3개 그룹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2번째로 의석을 많이 확보한 정치 세력이 될 수 있다.
극우 정당들을 뭉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강력한 국경 통제와 반이민 정책이다. 살비니 대표와 함께 유럽 극우 세력 통합에 앞장서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탈리아 트리술티 수도원을 포퓰리스트 양성 학교로 만들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이슬람 난민과 이민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배넌의 측근은 “문화 전사를 배출하기 위한 검투사 학교가 될 것”이라고 했고, 진보 진영은 “통합과 관용을 강조한 수도원의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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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큰 혼란에 빠진 것도 극우 연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난민과 함께 추진했던 반(反)EU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RN은 2017년 대선 이후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했고 독일 AfD도 ‘데시트(독일 EU 탈퇴)’를 최후 수단으로 미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