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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결제하면 현금 대출”… 불법 금융광고 1년새 9배로

입력 | 2019-04-09 03:00:00

금감원, 작년 1만1900건 적발
수입 없는 청소년-취준생 타깃, 소액결제 현금화-작업대출 성행
개인신용정보 매매 광고도 급증




“상품권을 소액결제하면 최저 수수료로 현금 대출해 드려요.”

‘햇살○○’라는 대부업체는 최근 온라인에 이런 글을 뿌렸다. 주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청소년, 대학생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동 무대로 삼았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급전’ ‘#상품권매입’ 등의 해시태그도 줄줄이 달았다. 업체는 휴대전화나 카톡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상담을 권했다. 고객이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20만 원짜리 상품권을 사면, 대출업자가 수수료를 떼고 10만 원가량을 고객 계좌로 넣어주는 식이다. 고객은 10만 원을 손해 보더라도 돈이 급하니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업자는 상품권을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최근 수입이 없는 청소년이나 취업준비생을 타깃으로 이러한 ‘휴대전화 소액결제 현금화’나 대출 서류를 조작해주고 돈을 받는 ‘작업 대출’ 등 불법 금융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온라인에서 불법 금융광고물을 1만1900건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적발 건수(1328건)의 약 9배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미등록 대부(4562건), 작업 대출(3094건), 통장 매매(2401건), 개인신용정보 매매(1153건), 휴대전화 소액결제 현금화(420건), 신용카드 현금화(270건) 순이었다. ‘신용카드 현금화’는 전년(6건)의 45배로, ‘개인신용정보 매매’는 전년(84건)의 14배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부터 온라인 시민감시단 100여 명을 운영하며 불법 금융광고 적발에 집중했다. 적발 건수가 많아진 것은 최근 취업난에 돈이 급해진 젊은층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불법 금융의 실태를 잘 모르는 청소년을 노린 광고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한 업체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네이버 모임사이트 ‘밴드’나 ‘유튜브’에 “리니지 티켓을 62%에 매입합니다”란 글을 띄우고 있다. 게임 티켓을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자주 구매하는 학생들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다. 학생들이 소액결제로 티켓을 사면 티켓 가격의 62%에 해당하는 돈을 원하는 계좌로 넣어준다는 얘기다.

김동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학생들은 38%에 해당되는 금액을 손해 보게 되지만 돈이 급하면 일단 결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작업 대출’ 광고는 대출이 막혀버린 서민을 노리고 있다. 작업 대출은 ‘작업하면 안 되는 대출이 없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서 ‘직장 세팅’ ‘재직 세팅’ ‘컨설팅 대출’ 등의 키워드를 내건 작업 대출업자들은 “소득이 없고 연체가 있어도 걱정하지 말라”며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를 위조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게 만들어 주겠다”고 서민들을 유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업 대출업자들은 주로 정부 보조금을 받는 장애인, 국가유공자와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청소년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업한다”고 했다.

‘개인신용정보 매매’ 광고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 광고의 고객은 불법 대출 마케팅을 하려는 대부업자나 불법 게임 사이트와 도박장을 개설하려는 도박업자다. 개인신용정보 판매자는 데이터베이스를 ‘대부용 디비(DB)’ ‘교사 디비’ ‘카지노 (이용자) 디비’ 등으로 상품화해 건당 10만∼50만 원에 업자들에게 팔고 있다. 짜깁기하거나 부실한 데이터베이스인 ‘막디비’는 건당 1원에도 거래된다.

금감원 측은 “대부업자의 광고를 접했을 경우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정식 등록업체인지 확인한 뒤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