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 스타트업’ 사업가의 도전
5일 서울 양천구 한 공원에서 스타트업 ‘도시아이와 도토리숲’ 대표 이진화 씨가 이달 말 출간을 앞둔 책 ‘엄마의 3시간’을 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달 5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진화 씨(40·여)는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둔 순간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2003년 네이버에 입사해 주로 광고 쪽에서 일했다. 2011년 첫딸이 태어났을 땐 출산휴가를 마치자마자 복직했다. 일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 둘을 키우기는 버거웠다. 퇴사를 결정했다.
그런 이 씨가 다시 ‘취직’했다. 지난해 4월 그는 독립출판 스타트업(창업기업) ‘도시아이와 도토리숲’을 차렸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서울여성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기 쉬운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의 감성을 주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사명(社名)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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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지 씨(33)도 서울여성 스타트업을 통해 창업의 꿈을 이뤘다. 박 씨는 맞벌이였던 부모가 일곱 살인 그를 피아노학원에 ‘맡긴’ 덕에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졸업하고는 모교에서 행정조교로 일하면서 결혼했다. 남편과 고양이와 살던 박 씨도 지난해 사업가가 됐다.
창업기업 ‘라이블라썸’ 대표 박윤지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 씨의 사업은 2014년 친구들 취향에 맞춰 ‘불꽃놀이 구경하며 들으면 좋은 음악’ ‘밤에 와인 한잔하며 듣는 음악’ 등을 만들어 선물한 것이 사실상 모태다. 친구들이 매우 좋아해서 사업으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대학원생 신분으로 창업할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서울여성 스타트업은 기회였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서울여성 스타트업 모집 공고를 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 가운데 창업하고 싶은 사람을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박 씨는 지원금 500만 원을 받아 라이블라썸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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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와 박 씨는 창업할 때 첫걸음을 내딛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종잣돈부터 업체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어떻게 운영할지 등 창업의 모든 과정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막막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여성 스타트업을 통해 받은 창업 단계별 컨설팅이 큰 힘이 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