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건강수명 가장 긴 야마나시현 곳곳 마을도서관서 노인들 독서생활 즐겨 생각 넓히고 세대교류 활발… 장수 비결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일본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긴 곳은 야마나시(山梨)현이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일본은 세계 최장의 장수국이면서 최고의 고령사회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갭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당연히 야마나시 사람들은 왜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식습관, 운동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야마나시 노인들의 스포츠 참가율은 전국 평균보다 오히려 낮은 편이다. 식습관이 건강하기는 하지만 다른 현에 비해 두드러지는 차이도 없다. 그런데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의외로 독서에 그 비결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야마나시현은 인구당 도서관 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서관에 가서 독서를 즐기는 노인들은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타인과의 대화와 교류도 활발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NHK의 해석이다.
독서와 건강수명의 인과관계는 앞으로 더 연구가 진척돼야 명확해지겠지만 세상과 소통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람일수록 건강한 노년을 보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은 과학자가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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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줄 아는 게임이 없을뿐더러 게임 용어 자체에도 무지하다. 20년 후 내가 70대 중반일 때 지금 20, 30대는 40, 50대 중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자녀 세대에 대해, 급변하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기술과 기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가. 나는 얼마나 그들을 배려하고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는가.
1년 전 어느 날 아침 일찍 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7시도 되지 않았을 이른 아침이라 빈자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경로석마저 빈자리가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경로석에 앉아있던 젊은 여성이 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아마 임신부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몹시 미안해했고 그날 이후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
그날 경로석은 등산복 차림의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행선지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잡한 출근 시간을 피해 준다면 그렇잖아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노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젊고 건강한 자의 미덕이듯이,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역시 노년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보다 어린 세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는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맞는 자세는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한다. 나도 이번 휴일에는 도서관에 가서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다는 책을 읽어볼까 싶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