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진 동해시 망상동 석두골의 한 주택에 쌓여진 소금자루가 불에 탄 채 휑하니 놓여있다. 2019.4.5/뉴스1 © News1
“바람을 따라 산 아래로 불길이 내려오는데 마치 불화살이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71가구, 총 11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강원 동해시 망상동에 있는 이 마을은 일명 석두골로 불린다.
망상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민박이 주로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가 밤사이 산불과의 전쟁터로 변했다.
인근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 0시48분쯤 망상동 인근 야산으로 번지며 단 몇 시간 만에 마을이 초토화 됐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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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산을 타고 내려오며 전화를 받다가 잠시 뒤돌아보면 불길이 큼직하게 한 걸음, 또 잠깐 앞을 봤다가 뒤돌아보면 한 걸음 다가오는 등 바람을 타니 무섭게 내려왔다”며 “불티가 조금 스치기만 해도 그곳에서 새로운 불길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불티가 강풍을 타고 마치 불화살처럼 쏟아져 내려 사람이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진 동해시 망상동 한 실버타운의 천장이 화재의 영향으로 검게 구을려 있다. 2019.4.5/뉴스1 © News1
석두골 안쪽에서 만난 해당 축사를 운영하는 정연걸씨(77)는 “자고 있는 와중 아는 동생이 ‘형님 불이 났어요!’라고 소리쳐 나와 보니 실버타운 뒤쪽 산을 따라 시뻘건 불길이 내려오고 있어 옷도 입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도망쳤다”며 “다행히 대피했다가 돌아왔을 때 사료보관소는 완전히 탔지만 축사는 일부만 타 소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밝혔다.
정씨의 옆집에 사는 한 주민도 “연기가 얼마나 심한지 죽는 줄 알았다”며 “불로 수도관이 녹아내려 물도 나오지 않아 씻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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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 모여있던 일부 주민들은 서로 산불 상황을 공유하며 “거기도 탔어?”, “나 참…” 등 낮은 탄식을 뱉어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주인이 사라진 한 주택 마당에 쌓여있던 소금자루는 불에 타 검게 변색됐다.
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진 동해시 망상동 석두골의 한 주택에서 LPG통이 불에 그슬린 채 남아있다. 2019.4.5/뉴스1 © News1
석두골 깊숙이 위치한 한 실버타운은 화재로 지붕과 옥상 일부가 타들어가 폐자재를 치우는 등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건물은 뒤편 야산을 따라 내려온 산불의 불티가 지붕으로 번져 상주하던 노인 120명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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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층에는 입주자들의 짐들이 한곳에 몰려있는 등 갑자기 닥친 재난 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실버타운의 관계자는 “지금은 정신이 없어 상황을 수습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건물 보수가 끝나는 대로 정상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