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막대한 노력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대가 없이 공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속내가 있는 법. 독점보다 공유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때다. 자동차 업계에 줄 이은 특허 공개를 보면 알 수 있다.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는 2014년 전기차 관련 특허권을 무료로 공개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50억 달러 가치로 추정된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위한 결정이었다. 훗날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당시의 특허 공개를 언급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업체가 생산하는 전기차가 아니라 매일 세계의 공장들이 쏟아내는 막대한 가솔린차다.”
▷일본 도요타가 그제 하이브리드차의 독보적 기술을 모든 업체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말까지 2만3740건의 특허가 무료 개방된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전체 시장의 확대, 핵심 부품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전기차의 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가 연료소비효율이 가솔린차의 약 두 배, 낮은 비용, 그리고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전지형 전기차의 효과적 대안임을 힘주어 말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