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의’에 막혀 트라우마-자해충동 학생들 치료시기 놓쳐
○ “가정사 드러난다” 심리치료 막는 부모들
K 군처럼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부모의 동의’라는 장벽에 막혀 적절한 조치를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 측은 ‘위(Wee)클래스’ 등 자체 상담프로그램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나 교육청이 지정한 심리치료기관에 학생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보호자 동의 없이는 학생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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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방치로 치료시기를 놓친 아이들은 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L 양(14)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한 L 양은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여러 번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상담교사는 L 양에게 진료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부모를 설득했지만 “아이들끼리 크며 겪는 갈등”이라며 거부당했다. 치료시기를 놓친 L 양은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고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
○ 법원 치료명령도 부모가 버티면 속수무책
부모가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자녀를 방임한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법원이 강제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부모의 동의 없이는 아동에 대한 상태 조사가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부모의 반대로 상급 치료·상담시설로의 연계가 막힌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를 상대로 아동 방치 여부를 조사해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방임 여부 조사에도 부모의 협조가 필요하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학생의 정확한 진술, 병원 진료 기록 등 증거가 필요한데 부모가 협조하지 않으면 증거물 수집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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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