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이나 취업으로 집을 떠나야 할 경우 대개 자취와 하숙을 해야 했다. 신학기가 되면 대학 게시판과 동네 전봇대에는 ‘하숙생 구함’이란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대학가 집들은 저마다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방 한 칸을 내서라도 하숙을 치려고 했다. 하숙생에게 방을 내주고 다 큰 자식들이 안방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기도 했다. 좋은 하숙집은 고향집 같은 곳이었다. 평소 먹는 반찬에 ‘손님용’ 반찬 한두 가지 더 마련해 숟가락 하나 더 올렸다. 주인집과 하숙생은 이내 식구가 됐다. 요즘 대학생은 하숙생이 되길 거부한다. 그들은 공기청정기까지 갖추고 ‘풀 옵션’을 내건 원룸으로 발길을 돌린다. 무엇보다 그들은 하숙집 주인의 간섭이 싫다. 하숙집 딸과 ‘썸’을 탔던 실화는 이제 옛날 소설에서나 나오는 신파일 뿐이다.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