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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양호 몰아낸 국민연금, 목소리 키운 만큼 독립성·전문성 갖췄나

입력 | 2019-03-28 00:00:00


어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주총에서 임기가 종료된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제출했으나, 출석 주식의 64.09% 찬성으로 3분의 2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부결됐다. 그룹 총수가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조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이사회 참석 등 공식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다.

조 회장이 이사직을 잃게 된 데는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 주식 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25, 2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격론을 벌인 끝에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가족들이 ‘땅콩 회항’ ‘갑질 폭행’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다 본인 역시 270억 원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뿐 아니라 캐나다연금 등 해외 공적 연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등을 돌렸다.

이날 주총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주도하는 ‘주주 행동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총수라도 도덕성이나 경영 자격에 문제가 있으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늘려가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 편취, 과도한 임원 보수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지분이 많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면 그만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어서 정부나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금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하고 보수도 시장 평균에 못 미쳐 자산운용 전문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국민의 노후자금 640조 원을 운용하는 만큼 기금 운용이나 기업 의결권 행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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