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A. 60세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윤 씨처럼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DC형으로 갈아타야 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퇴직급여제도는 크게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나뉜다. 그리고 퇴직연금은 다시 회사가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형)과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윤 씨처럼 임금피크 적용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보통은 계속근로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퇴직금이 늘어나는 플러스(+) 요인보다는 급여 감소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윤 씨가 임금피크 직전 30일 평균임금이 600만 원이고, 그때까지 계속근로기간이 30년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윤 씨가 임금피크 때 퇴직하면 퇴직금으로 1억8000만 원(600만 원×30년)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엔 임금피크 이후 매년 급여가 10%씩 감액되면서 5년간 더 일하다 60세에 퇴직한다고 해보자. 이렇게 되면 계속근로기간은 35년으로 늘어나지만 30일분 평균임금은 300만 원으로 줄어들어, 윤 씨는 퇴직금으로 1억500만 원(300만×35년)을 받게 된다. 직장에서 5년을 더 일하고 퇴직금을 7500만 원이나 덜 받게 되는 셈이다.
이같이 억울한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임금피크 시점에 퇴직금을 중간정산 하면 된다. 현재 법률에서는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있는데, 임금피크제도와 같은 급여제도 변경으로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손해 볼 우려가 있는 경우도 그에 해당된다.
문제는 윤 씨와 같은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간정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대다수 회사에서는 DC형 퇴직연금을 추가로 도입해 근로자로 하여금 임금피크 때 DB형에서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DC형으로 전환하면 근로자는 자기 이름으로 된 퇴직계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해당 계좌에 퇴직급여가 적립된다. 예를 들어 윤 씨가 임금피크 시점에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면 30년 동안 발생한 퇴직금 1억8000만 원이 고스란히 윤 씨 본인의 DC 계좌로 이체된다. 그리고 60세에 정년퇴직 할 때까지 매년 발생한 퇴직급여도 자동으로 DC 계좌로 이체된다.
이번에는 중간정산과 DC형으로 전환할 때 세제상 차이점을 살펴보자. 임금피크 때 퇴직급여를 중간정산 하면, 회사는 퇴직소득세를 원천 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다만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을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이체하면 원천 징수된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반면 DB형에서 DC형으로 퇴직연금을 갈아탈 때는 퇴직소득세를 원천 징수하지 않고 퇴직금 전액을 이체해 준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장을 떠날 때 퇴직급여는 IRP로 이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입자 연령이 55세 이상일 때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