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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영 호령하던 ‘대우’ 브랜드, 역사의 뒤안길로

입력 | 2019-03-23 03:00:00

옛 대우그룹 주요 계열사 현주소




서울 중구 한강대로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옛 대우그룹 사옥.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부터 이 건물을 소유하다가 2007년 미국계 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매각했다. 2010년 싱가포르 알파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최근 NH투자증권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동아일보DB

중견기업 임원 A씨(50)는 최근 포스코대우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는 소식에 한동안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우그룹 출신인 그에게 그룹 모태였던 대우실업에 뿌리를 둔 포스코대우마저 ‘대우’라는 이름을 버렸다는 게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대우그룹 해체 후 여러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이름을 바꿨을 때만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좀 상실감이 크다”며 아쉬워했다.

한때 ‘세계 경영’을 목표로 국내외 시장을 호령했던 ‘대우’ 브랜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에도 해외에서 호평을 받던 ‘대우’ 브랜드에 대한 ‘약발’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대우’ 브랜드를 고수하는 기업이 적지 않아 경영권 이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분석도 있다.


○ ‘대우’ 이름표 떼기

이달 18일 정기주총을 열어 회사 이름을 바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967년 대우실업으로 출범해 ㈜대우, ㈜대우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을 쓰다가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됐다. 2016년부터는 포스코대우란 이름을 써 왔다.

이번에 사명(社名)을 바꾼 것은 포스코그룹 편입 10년 차를 맞아 소속감을 더 키운다는 뜻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더 이상 대우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에서 종합상사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GM도 비슷한 사례다.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후 ‘GM대우’라는 사명을 사용하다가 2011년 한국GM으로 변경했다.

두산그룹도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이후 그해 4월 말 임시주총에서 사명을 ‘두산인프라코어’로 바꿨다.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그룹 정체성을 우선시한 선택이었다.


○ 그래도 ‘대우’ 브랜드

최근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인수가 마무리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오랜 기간 거래해 온 해외 선주업체들이 ‘대우’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그룹도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국 증권시장에서 대우라는 브랜드는 역사를 관통한다”며 합병 증권사 이름을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정했다.

지난해 대유그룹이 인수한 대우전자도 ‘대우’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대우그룹 해체 후 대우일렉트로닉스,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꾸면서도 ‘대우’를 버린 적이 없다.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해외 건설시장에서 다진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넘긴 후에도 대우라는 이름은 떼지 않았다.


○ 로열티 받는 ‘대우’ 브랜드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163개 나라에서 총 3652건에 대한 대우 브랜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DAEWOO’와 ‘大宇’, 대우를 상징하는 각종 그래픽 등이다. 옛 대우그룹 계열사가 국내에서 브랜드 상표권을 사용한다면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과거 대우그룹 시절부터 국내 대우 브랜드는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려면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현재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며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는 기업은 대우전자, 대우전자부품, 파키스탄 운수법인, 하노이대우호텔 등 28곳이다. 특히 대우전자는 연간 70억 원 내외의 로열티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지불하고 있다. 대우전자부품 등 다른 기업은 수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진흡 jinhub@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