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노이 이후 첫 대북제재]의심 리스트에 한국선박 1척 첫 포함
선박 대부분이 토고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국가나 러시아 등 북한과 가까운 국적의 배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 선박으로는 유일하게 한국 국적의 ‘루니스(LUNIS)’호가 ‘불법 환적 의심 리스트’에 포함됐다. 아직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는 하지만 국무부와 재무부가 공동 명의로 발표하는 대북제재 관련 보고서에 한국 선박이 등장한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해 ‘제재 대열에 확실히 동참하라’는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 지난해 9월 여수항서 조사받은 루니스호
루니스호는 출항 보류 조치가 해제된 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해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화물을 옮겼다. 온라인 선박추적 웹사이트 ‘베슬파인더’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올 1월 중순엔 부산항, 2월 중순엔 울산항에 기항했다. 19일 현재 중국 저우산(舟山)항 인근 해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제재 대열 동참하라는 경고 메시지”
한국 선박의 이름이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것은 ‘하노이 결렬’ 이후 강경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재무부에서 한국 선박 이름을 대놓고 올렸다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경고다”라며 “추후에 해당 선박을 소유한 회사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넓게 보면 (제재 대열에 충실히 동참하라는) 한국 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1일 성명에서 “미국은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협력국들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을 감추기 위해 기만술을 쓰는 해운사들은 엄청난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트위터에 “북한 제재 회피에 관여하지 않도록 자신들의 행동을 검토하고 신경 써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해운업체 2곳을 제재하자 ‘미중 양국의 북핵 문제 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관련 잘못을 즉시 중단해 양국의 관련(북핵) 협력에 영향을 주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어떤 국가든 자국법으로 중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주애진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