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증오 부추긴다” 비판에 겨울방학 철거 약속했던 학교측 작가 반발하자 그대로 놔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로버트 F 케네디(RFK) 공립학교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 벽화에 포함된 태양광선의 형상이 일본 제 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18일(현지 시간) LA타임스에 따르면 LA 한인 예술가단체 ‘교포(Gyopo)’는 최근 로버트 F 케네디(RFK) 공립학교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를 제거하거나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서한을 LA 통합교육구에 전달했다. 해당 그림은 화가 뷰 스탠턴(34)이 2016년 학교의 벽화 축제 때 그린 것으로 1940, 1950년대 유명 배우 에바 가드너의 얼굴과 그 주변에서 뻗어 나오는 광채를 욱일기 문양으로 표현했다. 스탠턴은 “내 벽화는 욱일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태양광선 모양도 마이애미와 뉴저지 등 미국 내 다른 주, 몇몇 유럽 국가에 걸린 내 작품에 등장했지만 별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포’ 소속 예술가인 화가 제니퍼 문은 LA타임스에 “(작가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욱일기를 상징하는 듯한 이미지가 한국인의 감정을 건드리고 트라우마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백인 남성들이 그들의 권위로 아시아인의 목소리를 죽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맞섰다.
학교와 교육구 측은 “벽화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최근 몇 주간 내부 구성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곧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